장세환 부회장 고려아연 인수 전면 등장 왜?
영풍이앤이 부회장 고려아연 인수전 등판 … 승계 큰그림 그리나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뭇매를 맞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지속하는 가운데 영풍 오너 일가 3세인 장세환 부회장이 고려아연 주총 입장을 밝히는 공식 자리에 대표 인물로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총과 안건, 영풍의 운영 능력 등을 적극 어필하며 의결권 권고 등에 유리한 내용이 담기도록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21일 업계와 언론계에 따르면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공언했던 발언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고문은 공개적으로 기업을 자식들에게 승계하는 관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장 고문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항상 기업은 전문 경영인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주주에 대한 보답이다. 자식이 물려받은 기업이 잘 되는 경우보단 잘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영풍과 계열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배력이 절대적인 구조다. 이 때문에 결국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성공시켜 둘째 아들인 장세환 부회장에게 제련업을 물려주려 한다는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이번 공개석상에 영풍 대표선수 자격이자 영풍 측 부회장 입장으로 등장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또 영풍과 손잡은 MBK 역시 향후 고려아연 인수 시 경영은 MBK가 주도할 거라고 강조한 점 과도 다소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영풍 3세 장세환은 최근 한 의결권 자문사가 주관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 프록시 토크(Proxy Talk)에서 영풍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해 적극적인 호소에 나섰다. 장 부회장은 ‘영풍 부회장’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장 부회장은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에는 아무런 직책이 없다.
언론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영풍빌딩을 관리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며 재작년에 매출은 31억원, 영업이익 2400만원을 기록한 영풍이앤이라는 회사의 미등기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장씨 일가 3세라는 이유로 영풍 대표 인물로서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안건들에 대한 입장을 긴 시간 설명했다.
행사 참석자들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고려아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영풍이 충분한 경영 역량이 있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영풍이란 회사에 어떠한 직도 맡고 있지 않은 장 부회장이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영풍을 거론하며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을 운영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주장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적대적 M&A에 성공할 경우 영풍 오너 일가와 경영진이 고려아연 경영에 나설 거라는 세간의 우려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런 언급을 오너 3세인 장세환 부회장이 직접 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장세환 부회장은 과거 고려아연과 영풍 해외 영업을 담당해 온 서린상사에서 사임한 뒤 영풍 건물관리 계열사인 영풍이앤이로 적을 옮겼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석포제련소 경우 중대재해 리스크가 큰 탓에 장씨 일가가 직접 경영해 책임과 부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반면 영풍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루이스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장악할 경우 장기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일부 자산 매각, 현금 배당 확대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런 배당 확대가 MBK의 단기 부채 상환을 지원하고, 영풍의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영풍 석포제련소의 손실과 환경오염 등 여러 문제를 고려아연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일정 부분 공감대로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 축소, 자산 매각, 현금 배당 확대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