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공수처 인력 충원
검사 3명 추천 반년 넘게 임명 미뤄져
인력난 지속에 채상병 사건 재개 못해
최상목·심우정 고발사건도 수사 난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인력 충원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공수처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고 있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이처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공수처에는 주요 고발사건들이 쌓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최 권한대행을 뇌물죄와 공갈죄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최 권한대행이 2015년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한 범죄에 가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임명하지 않았다”며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에는 윤 대통령 구속취소와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고발장도 접수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심 총장이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여는 등 시간을 지체해 법원의 구속취소 빌미를 제공하고, 검찰 수사팀의 즉시항고 요구를 묵살한 채 석방을 지휘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며 지난 10일 그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처럼 고발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수처는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2.3 내란’ 사태 관련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만으로도 버거운 탓이다.
공수처는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넘기고 한 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사건을 경찰과 검찰에 이첩한 후에도 군과 경찰 관련자들을 상대로 남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이 검사 사건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자녀를 위장전입시키고 리조트 이용과 관련해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객실료를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6일 이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선 공수처로 넘겼다.
이 검사는 대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서버를 열람해 가사도우미 등 업무와 무관한 인물들의 범죄경력을 조회해 이를 처가측에 무단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무상 비밀누설 범죄 공소시효는 5년으로 이 검사의 경우 이달 29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지난 21일 대검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하고 이 검사의 처남댁이자 의혹 제보자인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을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가 당장 시급한 사건 수사에 집중하면서 12.3 내란사태로 중단됐던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도 재개하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 빨리 검사 임명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