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탄핵 이후 한국 정치의 과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긴 탄핵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비상계엄령과 그에 따른 탄핵정국은 한국 사회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소위 지배 엘리트들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을 국민은 보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법조사회가 그 지식을 이용해 법을 농단함으로써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험 신호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약자는 강자의 희생제물로 전락한다. 반대로 권력자나 기득권 세력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남용함으로써 폭력화된다. 이러한 현상이 일상화되면 시민들의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사회는 힘에 의한 극단주의가 지배하면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법치주의가 약화 된 국가들에서 필연적으로 독재정권이 등장했다. 절대적인 권위주의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파쇼체제다. 남미의 사례가 그것이다.
한국의 법치주의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훼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도 발동과 전개 과정 곳곳에서 정부와 사법부, 법조계의 대응에 이르기까지 법치주의 원칙이 무시되었다. 법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동원되었다는 것이 더 적절하다. 특히 내란수괴 혐의로 수사를 받는 대통령이 석방된 것은 세계를 놀라게 한 대사건이다. 법조사회 내부의 법치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지배 엘리트들의 법 농단, 민주주의 위기
민주국가에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장치가 법치다. 우리 사회의 법치가 무너지면 혼돈 그 자체로 추락한다. 다양한 소송과 그 법률적 판단 기준이 힘의 논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다. 탄핵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승복하지 않는다면 해결되지 않는다. 탄핵 이후 한국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가 발등의 불이다.
당장 법치주의의 회복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법조사회의 개혁이 절실하다. 검찰 경찰 등 준사법기관의 개혁은 현안이다. 법관 징계 시스템도 개혁과제다. 다음은 민주적 가치와 헌법 질서가 존중되는 정치체제 구축이다.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 선포가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이루어졌다. 따라서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정밀한 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회가 정부의 계엄령 선포 전에 계엄령 발효를 즉각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계엄령에 대한 국회의 결의만으로 계엄의 효력이 결정되는 실질적인 법 개정도 필요하다.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실효적 집행력 강화다. 헌재의 결정이 곧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는 정치적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신뢰 회복이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 대립이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또한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탄핵 이후 한국 정치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통합이 필수적이다. 사회 통합은 정당 간의 소통과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민들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의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민주시민으로서 교육과 사회적 중요 이슈에 대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확대해야 한다. 모든 정치적 사회적 쟁점이 곧장 국회와 사법부로 귀속되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끝으로, 정치의 영역에 종교를 끌어들이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신앙적 신념과 결합하면 사회 통합은 불가능하다.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끝없이 진행되고 있는 전쟁의 대부분은 종교적 신념을 빙자한 정치의 산물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종교와 정치는 비교적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12.3 계엄과 탄핵을 계기로 한국 기독교, 특히 개신교와 교회가 탄핵정치의 전면에 동원되는 불행한 상황을 경험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교계의 자정노력으로 안되면 법으로라도 ‘정교분리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 미래 결정짓는 분기점
12.3 계엄과 탄핵은 국가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유형·무형의 피해를 불렀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혁과제를 남겼다.
한국 정치가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치주의 회복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법조사회 내부 개혁, 헌법적 절차 강화, 정치적 양극화 해소, 민주시민 교육 등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정의로운 법 집행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제도적 정비로 실행을 뒷받침해야 한다.
2024년 12월 3일의 계엄과 탄핵 과정은 단순히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사회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는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