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작권 무역수지 12년 연속 흑자
케이-콘텐츠 약진으로 5조원대 달성 … 미디어 게임 포함 역대 최대치
한국 저작권 무역이 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은행의 ‘2024년 지식재산권 특수분류 통계’를 인용해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저작권 무역수지는 33억6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한 수치로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게임·SW가 이끄는 성장, 문화예술 분야도 가세 = 저작권 무역수지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연구개발·소프트웨어(SW)저작권’ 분야다.
게임을 포함한 이 분야는 2024년 28억4000만달러(약 4조141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저작권 수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한국 게임의 글로벌 성과는 이 분야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목할 점은 과거 적자를 기록했던 ‘문화예술저작권’ 분야도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악 영상 어문 등을 포함하는 이 분야는 2024년 5억2000만달러(약 7580억원)의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 단순한 문화적 영향력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 인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닌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한국 콘텐츠 투자 증가와 함께 케이-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식재산권 무역 구조의 변화 = 이번 통계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측면은 저작권 분야의 강세가 지식재산권 전체 무역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2024년 지식재산권 전체 무역수지는 13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산업재산권 분야에서 18억4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저작권 분야의 흑자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무역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면 2010년 -72억4000만달러였던 무역수지가 2024년 13억8000만달러의 흑자로 전환된 배경에는 저작권 분야의 비약적 성장이 있었다. 같은 기간 저작권 분야는 -12억6000만달러에서 33억6000만달러로 무려 46억2000만달러 개선됐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무역 강점은 제조업과 하드웨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라는 무형자산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는 국가 수출 구조의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건 =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거대 AI 기업들의 콘텐츠 무단 학습 문제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음악 영상 등 문화예술 콘텐츠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려면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한 수익 배분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과 기술적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향미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창작에 힘을 불어넣는 든든한 저작권 정책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우리 콘텐츠가 충분히 보호받고 그 결과가 다시 우리의 저작권 무역수지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저작권 법·제도와 해외 저작권 보호 정책을 더욱 세심하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계로 보는 저작권 무역의 성장 = 저작권 수출입 규모의 최근 5년 추이를 보면 2020년 21억6000만달러였던 무역수지 흑자가 2024년 33억6000만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0년 -2억5000만달러 적자였던 문화예술저작권 분야가 2022년 2억4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된 후 2024년 5억2000만달러로 흑자 규모를 확대한 점이다.
한편 전체 저작권 수출 규모는 2020년 154억3000만달러에서 2024년 216억1000만달러로 4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문화예술저작권 수출은 15억3000만달러에서 34억9000만달러로 128%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