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루피아화, 26년 만에 최저치

2025-03-26 13:00:01 게재

중앙은행 환율 방어 나서

미국 관세, 재정불안 영향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5일(현지시간) 달러당 16,642루피아까지 하락하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루피아는 올해 들어서만 3% 이상 하락하며, 신흥시장 통화 중 최악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개입하며 루피아 방어에 나섰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외환시장,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국채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루피아 방어에 나섰다. 중앙은행 통화정책국의 피트라 주스디만 국장은 “국내 외환 수급 균형과 시장 신뢰 유지를 위해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개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피아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4월 2일 ‘보편관세’ 시행과 미 연준(Fed)의 매파적 기조 강화 가능성 등 미국의 경제 정책이 루피아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무리한 정책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 근접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300억달러 규모의 무상급식 예산 등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해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군의 민간사회 영향력 확대 시도까지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년 전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시장 총아’로 불리던 인도네시아의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올 들어 글로벌 자금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20억달러 이상 빠져나갔다.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올해 세계 주요 지수 중 최악의 성과를 기록 중이다.

인도네시아 채권은 올해 들어 미국 국채 대비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루피아 매도세와 연결되며, 외환시장과 증시에서 불안정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향후 루피아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이어지는 긴 공휴일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손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BNY 멜론의 수석 시장 전략가 위쿤 총은 “불안한 증시와 재정 우려, 공휴일 전환기를 앞둔 관망 심리가 맞물려 단기적으로 루피아 약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공휴일과 미국의 관세 발표를 앞두고, 루피아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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