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서십자각 농성장서 전농 트랙터 견인
경찰 차단 우회해 광화문 진입한 듯
남태령은 밤샘 대치 끝 사실상 해산
경찰이 26일 오전 탄핵찬성 단체들이 모여있는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트랙터 1대를 강제 견인했다.
경찰은 오전 4시 15분쯤 서십자각 천막농성장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트랙터 1대를 발견한 뒤 기동대와 지게차를 투입해 자하문로 방면으로 이동 조치했다.
경찰은 이 트랙터가 전농의 남태령 상경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가로막히자, 밤사이 트럭에 실려 우회로를 통해 광화문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이 트랙터를 견인하려는 과정에서 탄핵찬성 단체 농성자 일부가 격렬하게 항의하고, 탄핵반대 진영 유튜버들까지 가세하며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 최소 1명이 연행됐고, 일부는 폭행당했다고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측은 주장했다.
전날부터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한 전농의 트랙터 시위대는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사실상 해산한 상태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우회로를 통해 상경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버스차벽 등 남태령 일대의 경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남태령 시위에는 경찰 비공식 전농 등 탄핵찬성측에서 최대 1000명,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200여명이 남태령 일대에 모여 신경전을 벌였다.
집회 현장 일대에는 트랙터를 실은 화물트럭 32대가 집결했다. 5톤 이상 트럭마다 트랙터가 1~2대씩 실려있었다. 일부 트랙터는 트럭에서 내려졌다.
전농이 조직한 ‘전봉준 투쟁단’은 당초 트랙터 20대와 1톤 트럭 50대를 동원해 남태령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전날 트랙터의 서울 진입은 불허하고 트럭은 20대만 진입을 허용하자, 대형 트럭에 트랙터를 싣는 방식으로 시위 방식을 바꿨다.
경찰은 법원 결정대로 1톤 트럭 20대만 행진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방침에 따르면 대형 트럭의 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전농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광화문으로 갔어야 했다”며 “경찰이 트랙터를 싣는 것마저 안 된다고 해서 집회가 오래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태령 일대에는 탄핵 찬반 목소리가 뒤엉켰다. 경찰이 탄핵 찬반 양측을 버스 차벽 등으로 분리했지만, 산발적 충돌은 이어졌다. 욕설하거나 멱살을 잡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일부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 바리케이드를 밀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경찰청은 기동대 27개 부대 1700여명을 투입했고, 경기남부청도 9개 부대를 배치해 일대 경비, 교통 관리 등에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남태령고개로 들어서는 과천 남태령지하차도에 임시 검문소 1개를 설치해 트랙터를 실은 화물차에 경고 및 계도 조치도 이어갔다.
당초 전농은 남태령, 이수역, 흑석역, 한강대교, 삼각지로터리 등을 거쳐 광화문 동십자각까지 행진해 이날 저녁 7시 광화문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