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인플레 우려, 중대한 위험 신호”

2025-03-27 13:00:04 게재

연준 비둘기파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 경고

“향후 3~6주가 불확실성 해소할 결정적 시기”

미국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반영하기 시작하면, 이는 연준의 금리인하 계획을 뒤흔들 “중대한 위험 신호”라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위 인사가 경고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6일(현지시간)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시간대학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가계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19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 일주일여 만이다.

굴스비 총재는 “시장 반응을 담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최근 두달 동안의 설문조사처럼 높은 수치를 나타내면 그것을 중대한 우려의 위험 신호로 본다”고 했다.

연준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성장률 전망치는 크게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5년 후 5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현재 2.2% 수준이다. 반면, 미시간대 설문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장기 인플레이션을 3.9%로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고문을 지낸 굴스비 총재는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수렴하기 시작하면 연준은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반드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FT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고정(anchor)’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핵심 책무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일반 대중이 중앙은행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으면 임금과 물가 상승이 서로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 중 하나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해 1월 기준 2.5%를 기록했다.

굴스비 총재는 연준이 더 이상 ‘황금 경로(golden path)’에 있지 않다고, 즉 불확실성이 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 4.25~4.5% 수준의 ‘긴축적’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던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인정했다. 지난주 열린 FOMC 회의에서는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의 영향도 일부 있어서 “올해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끌어내리는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굴스비 총재는 향후 12~18개월 사이에 차입 비용(금리)이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다음 금리인하까지는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다려보기’를 고수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게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향후 3~6주가 “일련의 정책 불확실성들을 해소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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