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적 임박에 의대생 고민 깊어졌다
서울대 학생들 복귀 여부 놓고 무기명 투표 … 곳곳서 복귀 움직임 감지
미복귀 의대생들에 대한 제적이 코앞으로 닥치자 의대생들의 동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27일 의료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등록 마감일을 하루 앞둔 26일 밤부터 등록 여부를 묻는 무기명 총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 결과 등록하겠다는 의견이 더 많이 나온다면 1년을 끌어온 의대 수업 거부 사태에 변화가 예상된다.
연세대 학생들은 일단 등록한 후 휴학하는 방식으로 투쟁 방향을 전환했고, 고려대에선 제적 대상 학생들의 복학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투표 결과는 서울대 의대가 등록 마감 시한으로 정한 이날 오후 5시 이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투표 결과는 서울대 의대생은 물론 등록 마감을 앞두고 있는 타 대학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의대는 지난 21일 등록을 마감하고 28일 미등록생 제적 처리를 앞두고 있다. 등록은 마감됐지만 학생 복귀가 절실한 만큼 복학 관련 상담이 이어지고 있으며 등록금 납부 기한도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영 연세대 의과대학장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27일까지 학장실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앞서 최 학장은 일부 지도교수에게 학생들의 복귀를 최대한 설득하고, 복귀 의사가 없는 학생은 등록 후 휴학을 하도록 권유할 것을 부탁하는 유인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등록 후 휴학 방침을 밝힌 만큼 28일 전에 제적 예정자들의 추가 등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는 21일까지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이날까지 복학원을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에게 28일 제적 통보하기로 했다. 고려대 의대는 28일 제적 통보서를 문자와 이메일, 등기로 발송할 예정이다. 대상은 300~35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는 이에 앞서 지난 25일 오후부터 제적·복학 관련 면담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200여명의 학생이 면담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1일 등록을 마감한 고려대 의대는 미등록 학생들에게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했으나 아직 제적 처리를 하지는 않았다.
고려대는 다수의 교수를 투입해 학생이 원할 경우 면담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제적 처리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남대도 지난 24일까지였던 복학 마감일 이후 뒤늦게 복학을 희망한다며 원서 제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측은 학생들이 지금이라도 복학 신청서를 제출하면 승인 근거가 있는지 검토해 답변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총장을 비롯한 대학측은 의대생 복귀를 연일 호소하고 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전날 의대생들에게 서한을 보내 “학교에서 의료인의 꿈을 키워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등록 및 휴·복학, 수강신청, 유급·제적 등 학사 업무와 관련해 학칙과 학사운영 규정에 의거해 의과대학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교수회는 전날 임정묵 회장 명의 공개서한을 통해 “여러분의 복귀 문제는 우리 의료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여러 어려움과 불안함이 있겠지만 부디 학교로 돌아와 전공의 및 교수님들과 함께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27일 서울대와 부산·경상국립·영남대 의대 등이 등록을 마감한다. 28일에는 경희·인하·충남·강원·가톨릭·전북대 의대 등의 마감일이다. 나머지 대학들도 대부분 이달 말 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