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코로나 이후 급증

2025-03-27 13:00:02 게재

부동산보증 40% 급증, 숨겨진 뇌관 … 고위험 38.6만 가구, 금융부채만 72조원

지방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지속하는 가운데 관련 금융부문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동산 부문으로 자금이 급속히 쏠렸던 것이 향후 건설경기 및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금융부문 부실 전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5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금융 잔액은 4121조6000억원으로 전년(3937조원) 대비 4.7% 증가했다. 부동산금융 잔액이 연말 기준 4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명목GDP(2549.1조원)의 161.7%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불과 4년 만에 1000조원 이상 늘었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020년 말 307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121조6000억원으로 34.1%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보증 잔액이 같은 기간 764조5000억원에서 1064조1000억원으로 39.2% 증가해, 같은 기간 부동산 대출 증가율(31.5%)을 웃돌았다.

부동산 관련 보증은 사업자보증(374조원)과 전세대출보증(145조원), 기타 개인보증(224조원) 등이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보증은 대출에 따른 직접 상환의무는 없지만 제3자가 관련 채무에 대한 직간접적인 담보 제공 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변동에 따라 언제라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년 동안 부동산 금융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동산PF 관련 보증도 2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부동산 익스포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동산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대비 4.8% 증가해 전년(5.5%)이나 2022년(7.0%)에 비해 둔화했다. 부동산 관련 투자상품도 증가세가 2023년 11.0%에서 지난해는 3.7%로 둔화했다. 다만 부동산 보증은 같은 기간 4.1%에서 4.8%로 커졌다.

문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및 건설경기가 갈수록 침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방은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경기가 부진하다”며 “최근 지방 주택가격의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지방의 고위험가구 채무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고,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 가구가 전국적으로 38만6000가구로 금융부채를 가진 가구의 3.2%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72조3000억원으로 전체 가구의 4.9%를 차지했다. 지방이 5.4%로 수도권(4.3%)에 비해 높았고, 올해 말에는 지방(5.6%)과 수도권(4.0%)의 고위험가구 비중 격차가 1.6%p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보고서는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채무자는 총 311만5000명으로 2023년 말(313.1만명)에 비해 소폭 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이들이 보유한 대출 규모는 106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조원 가량 늘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3억4200만원으로 전년(3.36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한은은 “자영업자의 소득 회복이 지연되면서 대출 연체율이 취약차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상환능력과 의지에 따라 금융지원과 채무조정, 재기 지원 등의 차별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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