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용 광주 경찰 ‘정당방위’ 결론
피의자 입건 등 형사 처분 없이 수사 마무리
급박성 인정 2001년 진주 사건 판례 참고
경찰이 지난달 광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범 총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해당 경찰관의 정당방위로 결론 내렸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흉기를 휘두르던 피의자에게 실탄을 발포, 사망에 이르게 한 광주 동부경찰서 소속 A 경감이 정상적인 공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수사도 피의자 입건 등 형사 처분 없이 마무리했다.
광주경찰은 A 경감에게 중상을 입힌 B씨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사건도 피의자 사망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판단에는 B씨가 여러 차례 경고와 투항 명령에 불응하며 1m 이내 최근접 거리에서 치명적인 흉기 공격을 이어간 상황이 고려됐다. 당시 A 경감이 한 손으로 공격을 방어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총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퇴부 이하 조준이 어려웠던 상황도 참작됐다.
특히 실탄 발포 전 사용한 전기충격총(테이저건)은 두꺼운 겨울 외투 탓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각 관련자 진술을 분석하고 관련 규정과 판례 등을 검토해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
A 경감과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관(순경)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한 것으로 확인했다.
B씨가 흉기를 꺼내 들어 A 경감을 공격하고, 실탄을 맞고도 약 20m를 도주해 지원 경력에 의해 제압되기까지는 약 3분이 소요됐다.
B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3시 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4가 교차로 인근 골목에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다가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격발된 실탄은 총 3발이었는데, B씨의 시신 상반신에서 발견된 총상은 모두 2곳이었다.
총알 1발은 주요 장기를 손상한 채 몸 안에 남아있었고, 다른 1발은 관통했다. 나머지 1발은 빗나갔다.
경찰은 주거지 압수수색,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거쳤으나 B씨의 범행 동기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 사건 발생 직전 거리를 지나던 여성 2명을 뒤따라간 사실과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이력을 확인했으나 범행과의 연관성은 나오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음주, 마약 등 약물 복용 반응은 없었다.

A 경감은 치명상은 피했으나, 목 주변 등 얼굴을 2차례 흉기에 찔려 현재까지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B씨의 유족은 수사 결과를 청취한 뒤 A 경감 등 경찰을 상대로 고발이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광주경찰청은 이번 판단의 근거로 ‘급박한 상황’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판례는 2001년 경남 진주에서 발생했던 사건 관련이다.
당시 진주경찰서 한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C씨는 피의자가 흉기를 소지했다는 정보와 함께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해 거친 몸싸움 과정에서 동료를 구하고자 공포탄과 실탄을 1발씩 발포했다.
일반부 씨름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건장했던 피의자가 경찰관 2명을 순식간에 넘어뜨린 뒤 C씨 동료 위에 올라타 목을 누르는 등 공격을 멈추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총탄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진 피의자가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과잉 대응 책임론이 불거졌다.
C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2심에서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피의자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의자에게 흉기가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고, 동료 경찰관에게 언제 흉기를 휘두를지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판시했다.
장세풍·방국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