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지연에 “민생파괴 방관”

2025-03-28 13:00:03 게재

비상행동 “경제 곤두박질, 화마·재난에도 대처 못 해”

‘4차 긴급집중행동’ 선포 … 반탄측, 이재명 2심 성토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4월로 미룰 가능성이 커지자 장기간 선고 지연에 ‘민생파괴 방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계엄사태 후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참사를 비롯해 경제위축, 초대형 산불, 열차 이탈, 싱크홀 사고 등 민생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잇따랐는데 사회 전체가 윤 대통령 한 명의 파면 여부에 석 달째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탄핵 찬성·반대 단체들은 오는 주말에도 ‘맞불’ 집회를 이어가면서 도심 혼잡이 예상된다.

◆“헌재, 존재이유 스스로 훼손” = 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비상행동은 28일 오후 2시 광화문 서십자각 농성장에서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4차 긴급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연다.

비상행동은 앞서 이날 오전 낸 취지 설명에서 “헌재의 판결이 지연되는 동안 온 경제와 민생은 곤두박질 친 지 오래이며, 심각한 화마와 국가적 재난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파면 선고를 지연하고 있는 것은 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사법정의와 민주주의, 민생, 평화를 송두리째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며, 이는 내란이 이어지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진전 속에서 탄생해 민주헌정질서를 수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헌재가 스스로 존재 의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며 헌재의 즉각 선고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는 같은 날 낸 입장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함으로써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해하려 한 것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해왔으나,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는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철저하고 엄정한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공직 최고책임자의 권력 남용과 헌법 수호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단호하고 무게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28일 저녁 경복궁역 인근 적선현대빌딩 1층에서 ‘언급되지 않는 청년 100인의 목소리’ 프로젝트 결과 발표·토론을 연다.

이 프로젝트는 탄핵 국면에서 집회에 참석 못했거나 않고 있는 청년 100인을 성·지역·계층별로 섭외해 △‘12.3 내란’ 사태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어떻게 다가왔는지 △윤석열 탄핵 이후 무엇이 달라질 것이라 보는지 등을 심층 인터뷰한 것이다.

범청년행동은 “(탄핵국면에서 기성세대가) ‘집회에 참여하는 청년 여성 vs 극우화되는 청년 남성’ 구도를 만들고 젠더 이슈를 청년 담론에 결합하여 왜곡된 갈등의 양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며 “광장 밖 청년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조명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전교조서도 “파면 촉구” = 앞서 27일에도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에서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행진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대 구성원과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윤 대통령 파면 촉구에 나섰다.

서울대 학생·교수·교직원·동문 등 30여명은 27일 관악캠퍼스 아크로광장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 3.27 서울대인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 선고를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며 파면을 촉구했다. 서울대에선 앞서 11일에도 같은 내용의 시국선언 집회가 열렸다.

전교조는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1만688명이 참여한 교사 비상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조합원 4만명 중 4분의 1 가량이 동참한 셈이다.

전교조는 선언문에서 “교사들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격언을 가슴에 새기며 파면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역에서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40명이 이날 오후 충북도청 앞에서 청주대교까지 왕복 1.4km를 삼보일배로 행진하기도 했다.

◆“헌재 손에 모든 것 달려” = 반면 탄핵에 반대하는 단체들도 27일 윤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 판결을 비판하며 결집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자유통일당 등 보수 단체가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연 탄핵 반대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최대 200명이 모였다.

마이크를 잡은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이재명 같은, 3류도 아닌 8류 같은 인간은 권력과 돈에 눈이 뒤집혀 있다”며 “이번 토요일은 광화문에 반드시 1000만이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단체인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을 비롯해 한국교회반동성애교단연합, 서초청년연합, 자유대학 등 보수 단체들이 1시간 단위로 기자회견장을 차지해 탄핵 기각 혹은 각하를 촉구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성명서를 내고 전날 서울고법 판결을 “면죄부”라고 비판하며 “이제 헌재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말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요설로 법리를 창시해 억지 무죄를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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