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미얀마 강진 ‘최고등급 비상사태’선포

2025-03-31 13:00:05 게재

117억 긴급의료 지원 요청

질병 확산·2차 재난 경고

30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의 스카이 빌라에서 미얀마와 중국 구조대가 희생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연맹(IFRC)이 미얀마 강진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경보를 발령하고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WHO는 30일(현지시간) 이번 지진을 자체 대응 체계 중 가장 높은 등급인 ‘3급 비상사태(Level 3 Emergency)’로 분류하고 800만달러(약 117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WHO는 성명을 통해 “부상자와 외상 환자가 다수 발생했고, 전기와 식수 공급 중단으로 질병 확산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특히 감염 및 합병증에 취약한 외상 환자들이 긴급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WHO는 앞으로 30일 동안 필수 의료 서비스 유지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800만달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IFRC는 1억 스위스프랑(약 1699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 캠페인을 개시했다. 캠페인은 향후 2년간 10만명, 약 2만 가구에 생존 필수품과 초기 복구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알렉산더 마테우 IFRC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이번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존의 취약성 위에 겹친 복잡한 인도적 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얀마는 이미 내부 실향민, 식량 불안정, 보건 시스템 붕괴 등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지진이 이를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IFRC는 미얀마 현지 자원봉사자를 투입해 수색 및 응급처치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응급 구조 활동과 함께 담요, 위생 키트, 방수포 등 생필품을 배급하고 있다. 이동형 보건팀도 활동에 돌입했다. IFRC는 몬순 시즌이 임박한 만큼, 조속한 대응이 없을 경우 2차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도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자금 지원 없이는 보건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으며,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을 가능성을 71%로 추산했다.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일 가능성도 36%에 달하며, 1만명에서 10만명 사이일 가능성은 35%였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정치적 고려 등으로 오랜 기간 인도적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WHO와 IFRC는 이번 사태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은 “즉각적이고 대담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WHO는 “생명을 구하고, 질병 확산을 막으며,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WHO와 IFRC 모두 국제사회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며, 지체된 대응은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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