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까지 이어진 전 정부 수사
검찰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 정의용 소환조사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문 전 대통령 조사 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가운데 검찰이 전 정부 수사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3부(김태훈 부장검사)는 전날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전 실장은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 전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 등과 함께 2017년 경북 성주군에 임시 배치돼 있던 사드의 정식 배치를 지연시키기 위해 1년 이상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하고 평가를 위한 협의회 구성을 미뤘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사드 포대의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중국측에 유출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사드 미사일 교체작전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의혹은 전직 군장성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지난 2023년 7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은 국방부와 외교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정 전 실장 등이 기밀을 유출한 정황 등을 포착하고 지난해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1월 서 전 차장의 주거지와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 사드기지 반대집회 장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일에는 사드 배치 추진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이 문재인정부 최고 안보책임자였던 정 전 실장을 소환조사함에 따라 조만간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주지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씨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달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 받을 것을 통보한 데 이어 최근 서면조사 질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혹은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자신이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전무이사로 특혜 채용했다는 내용이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젯 취업 후 가족과 태국에 머물며 2018~2020년 월급 800만원과 빌라 임차료 340만원 등 총 2억23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서씨의 취업 후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지원해오던 생활비를 중단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 돈을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은 비슷한 시기 문 전 대통령 부부와 다혜씨의 계좌추적을 진행하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으나 지난해 12월 이 전 의원 임명과 관련해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불구속 기소한 후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조만간 사건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조사 방식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