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휴학 사태 마무리 수순

2025-03-31 13:00:44 게재

내년 모집정원 증원 전 회귀 가능성 커 … ‘복귀 후 투쟁’으로 갈등 전환 우려

의대 휴학생 상당수가 돌아오면서 1년 넘게 이어진 집단휴학 사태도 끝을 맺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복귀 후 투쟁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라 새로운 갈등 양상도 우려된다.

각 대학에 따르면 31일 가천대 건국대 계명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아주대 원광대 한양대가 등록·복학 신청을 마감한다.

이로써 다음달로 신청 기한을 연장한 강원대와 전북대를 제외한 38개 의대가 이날까지 등록·복학 신청을 종료하게 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3월 내 전원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미복귀 휴학’을 이어간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단일대오’를 굳건히 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0일 학생대표 공동 성명서에서 “적법하게 제출한 휴학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성명엔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대표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의대 학장·교수진의 간곡한 설득과 올해는 학칙대로 엄정 처분한다는 강경한 대응 방침이 겹치면서 의대생들 사이에서 변화 기류가 생겼다.

가장 먼저 마감 시한을 맞이한 연세대 의대생들이 ‘일단 등록’으로 결정한 데 이어 서울대 의대 학생회도 복귀로 선회하면서 복귀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성균관대·울산대·가톨릭대도 합세하며 이른바 ‘빅5’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했다.

또한 고려대와 충남대, 부산대 의대 학생들이 전원 복귀했고, 30일 신청을 마감하는 경희대도 대부분 복학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의대는 지난 21일 등록을 마감했지만 제적 통지서 발송을 앞두고 복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31일까지 추가 등록할 기회를 열어줬다. 21일 마감 당시 복귀율은 60~70%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전원 복학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복귀 신청을 마감한 충남대 역시 의대생 전원이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대 의대 학생회는 마지막 날인 28일 ‘등록’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거점국립대인 부산대 의대 역시 전원 복귀했다. 부산대 의대생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회의를 거쳐 미복귀생 600여명 모두 복학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측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전산망을 다시 열어 의대생들의 복학과 수강 신청을 받았다.

각 대학 의대생들이 복귀 마감 시한에 임박해 속속 돌아오면서 1년 넘게 이어진 집단휴학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은 3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의료계와 교육계에서는 아직 미복귀생이 다수인 의대도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복귀로 바뀌었다고 판단한다. 복학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의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미복귀를 고수하는 학생들도 결국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까지 전국 의대의 복귀율을 취합하고 ‘전원’으로 볼 수 있을지 판단을 내린 후 이르면 이번 주 중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원의 의미는 100%가 아니라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3058명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미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대학 총장이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각 대학 총장은 다음달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조정된 의대 모집 인원을 담은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하면 된다.

앞으로 남은 가장 큰 변수는 ‘학기 등록’이 ‘정상적인 수업 이수’로까지 이어질 것인가다.

실제로 연세대 등 일부 의대 학생회는 미등록 휴학에서 등록 후 휴학·수업 거부로 투쟁 방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의대협도 30일 배포한 서신에서 “회원들이 꿈꾸는 의료의 모습을 규합하지 못한 것에 엄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또한 교육부와 그에 굴종한 학교로부터 끝까지 적법한 휴학원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크나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실상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인정했다.

하지만 의대협은 “우리마저 침묵하면, 오늘의 협박은 내일의 기준이 되며 불의는 정당화될 것”이라며 “온갖 협박과 유린, 계엄에도 결국 학생들은 한곳으로 또 모인다. 학생들이 모이는 한, 의대협 역시 포기하지 않겠다”고 투쟁 의지는 꺾이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의대생들이 등록했지만 다시 휴학하거나 수업에 나오지 않는 방식 등을 통해 투쟁을 이어가면 교육부는 다시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또다시 의대생과 정부가 갈등을 겪으며 의정 갈등 2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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