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빅3 “저가부품은 관세서 빼달라”
트럼프 정부에 총력 로비
“관세땐 고용·소비 타격”
미국의 자동차 빅3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부품 관세 정책에 대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는 4월 3일부터 시행될 자동차 관세와 관련, 일부 저가 부품에 대한 예외 조치를 공식 요청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자동차 3사는 최근 백악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며, 수천 종의 자동차 부품 중 단가가 낮고 노동집약적인 부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표 사례는 차량 내부 전선을 보호하는 전선 뭉치(wiring sheaths)다. 이 부품은 대부분 멕시코 등 저임금 국가에서 조달되며, 자동화가 어려워 생산비 절감이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성차에 25%의 수입 관세를 4월 3일부터 부과하고, 엔진, 변속기, 전장 부품 등 주요 부품에는 5월 3일부터 별도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자동차 업계는 특정 부품이라도 면제받지 못할 경우, 차량 한 대당 수천 달러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수요 위축과 고용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변화 조짐이 보인다. GM은 뉴욕주 버펄로의 한 딜러에 일주일치 물량의 두 배를 출하했고, 딜러들은 전시장에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가격이 추가로 오르기 전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단기적으로 폭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같은 날 CNN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의 조립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던 미국 부품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며, 이로 인해 대규모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23년 한 해 동안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약 358억달러와 284억달러 규모의 자동차 부품을 수출했다.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의 패트릭 앤더슨 회장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어떤 부품을 유지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관세 시행이 광범위한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약 55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는 완성차 조립 공장 인력 규모의 두 배에 달한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보복 관세도 리스크다. 이 경우 미국의 수출 길이 막히고, 국내 생산량까지 감소할 수 있다. 자동차시장 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는 관세 영향으로 북미 전체 자동차 생산이 최대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