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항 선박 54.5% 한국서 건조
중국산 선박 20.9%
부산발 운임 11주 연속↓
상해발 운임 11주만에 ↑
세계 해운·조선산업계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산 선박 등에 대한 제재방안 이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올해 2월 미국의 20대 주요 항만에 입항한 선박 중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26일 두 차례 열린 USTR 공청회는 찬·반으로 나뉘었다. 세계 해운업계와 미국 농업계가 우려했고, 미국 노동조합과 철강제조업체들은 찬성했다.(▶내일신문 3월 26일자 기사 ‘중국선박 제재 두고 갈라진 미국’ 참조)
제재가 이행되면 미국의 주요 동맹국 이스라엘의 해운기업 ZIM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ZIM은 미국 입항 73건 중 50% 이상(37건)이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었다. 특히 ZIM의 전체 선대 중 48%가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운용되고 있어 선박을 다른 노선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항만에 입항한 선박의 26%가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인 CMA CGM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은 미국 해운회사 APL을 인수해 미국 국적선을 운영하고 있지만 APL 선박 중 7척은 지난해 중국국영조선공사(CSSC) 산하 칭다오 북해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스위스 선사 MSC는 중국산 선박 입항 건수가 ZIM과 같이 37건이지만 선박을 다른 항로에 바꿔 투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MSC는 2월 한 달 동안 미국 항만에 91척을 투입했고, 그 중 중국에서 건조한 것은 13척이다. MSC가 운용하는 선박은 총 899척에 이른다.
HMM은 미국에 입항한 선박 중 중국산 선박은 한 척도 없었다.
USTR 공청회가 끝나고 부산발 컨테이너운임지수와 상하이발 컨테이너운임지수는 엇갈렸다.
지난달 31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해진공)가 발표한 부산발 K-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KCCI)는 일주일 전보다 2.8% 내린 1773포인트를 기록했다. 11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3일 앞서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4.9% 오른 1356.9포인트를 기록했다. 11주만에 상승했다.
KCCI는 부산항과 연결된 13개 글로벌 항로 중 북미 유럽 지중해 동남아 등 10개 항로 운임이 내렸고, 중남미서안 항로는 상승, 중국 일본 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SCFI는 상하이항과 연결된 13개 글로벌 항로 중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10개 항로 운임이 올랐고, 지중해 동남아 남미 등 3개 항로가 내렸다.
해진공은 이날 발행한 주간 시황보고서에서 “향후 글로벌 선사들은 (미국 무역대표부 제재안 이행 여부에 따라) 중국산 선박을 다른 항로에 이동 배치하거나 다양한 할증료를 통해 미국 입항 수수료 지출을 보전하려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다음달 초 열리는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회의(MEPC) 결과도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거론했다.
해진공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은 2050년까지 선박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저유황연료 기준 도입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연료 기준 도입이 현실화되면 해운업체들은 높은 연료비를 고려해 공급을 조절하거나 운임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