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안 막판까지 안갯속

2025-04-02 13:00:15 게재

“20% 일률 적용? 국가별 차등?”… 트럼프 선택 따라 한국 수출 여건 급변

미 공화당 원내대표인 톰 에머 하원의원(공화·미네소타)이 1일(화)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비공개 공화당 전략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기자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할 관세 정책의 세부 내용이 막판까지 불투명한 가운데, 한국 정부와 업계는 긴장 속 정밀 대응에 나섰다. 관세 적용 방식에 따라 수출 구조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관세안은 크게 세 가지로 알려졌지만 어떤 방식이 최종 선택될지는 불명확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의 일률 세율을 적용하는 ‘보편 관세’, 국가별로 대미 관세에 따라 맞대응하는 ‘상호주의 관세’, 일부 국가에 선별적·완화된 세율을 적용하는 ‘절충안’을 모두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은 내렸다”면서도 구체적 방향은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자동차, 철강, 전자 등 미국 의존도가 높은 주력 산업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동차에 대한 25% 고율 관세는 이미 3일부터 발효됐고, 이번 상호관세가 전면 확대되면 한국산 제품 전반에 추가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현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무역국’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는 점이다.

USTR은 전날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서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거론했다. 여기에는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국방 분야에서의 절충 교역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 동향을 비롯한 디지털 무역 장벽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문제 등이 포함됐다. 이를 상호관세 적용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실제로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언급한 ‘더티 15(Dirty 15)’—관세 면에서 미국에 가장 불리한 국가들—에 한국이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발표 이후 곧바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대응 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나서며, 산업부·외교부 등 관계 부처는 대미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실질 피해 최소화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협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후 협상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향후 이중·다자간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산업별 특성과 규제 이슈를 세밀히 조율해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우호적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단순한 보호무역 수단이 아닌,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해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관세를 통해 연간 6000억달러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감세 재원이나 세금 환급으로 돌리는 방안도 거론했다. 이는 미국내 유권자를 겨냥한 정치적 효과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운영 방식”이라며 “관세가 협상의 수단이라면 명확한 조건과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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