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관심, 배당에서 거버넌스 개선으로 확장
작년 자사주 소각, 전년 대비 3배 ↑
주주환원 정책, 중소형 상장사로 확산
2025년 상장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주주제안을 분석한 결과 주주들의 관심이 전통적인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넘어 이사회 구성과 기업 거버넌스 개선으로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규모는 최근 5년간 5배 이상 증가하는 가운데 작년 한 해 자사주 소각 금액은 전년 대비 3배나 늘었다. 특히 중소형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띈다. 과거 대형사 중심으로 진행되던 주주환원 정책이 점차 중소형사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40개 상장사에 164건 주주제안 상정 = 2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는 4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총 164건의 주주제안이 상정됐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17개사, 코스닥 21개사, 코넥스 2개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안건이 제안됐다. 이중 가결된 18건(11.0%)에 불과했고, 부결이 90건(54.9%), 자동 폐기는 56건(34.1%)을 차지했다.
주주제안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총 164건 중 91건(55.5%)이 임원 선임 및 이사회 구성과 관련된 안건이었다. 주주환원 및 자본배치 정책 관련 안건이 30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보상체계 관련 안건은 8건, 지배구조 개편 안건은 1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4건은 집중투표제 도입, 전자적 의결권 행사 의무화, 주주가치 제고 계획 수립 및 이행 의무화 등 기타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안건들이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는 주주들의 요구가 전통적인 주주환원 방식(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넘어 이사회 구성(사외이사, 감사 선임 등)으로 더욱 적극적인 관여 활동(Engagement)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주주환원, 국내 자본시장 주요한 투자 테마 = 올해 정기주총에서 제안된 자사주 소각 관련 주주제안은 총 8건으로 전체 주주제안 164건 중 약 5%를 차지했다. 다만 실제 가결된 안건은 없었다. 여전히 기업들이 주주들의 직접적인 자사주 소각 요구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은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32개사에서 2024년에는 172개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작년 한 해 자사주 소각 예정 금액은 약 11조2000억원으로 2023년 4조원의 약 3배에 달한다. 이중 코스피 시장에서의 소각 규모는 지난해 10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여전히 시장 내 대형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의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소형사의 주식 소각 결정 건수도 대형사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코스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별 공시 건수를 살펴보면 주식 소각 결정 공시 건수가 중형사 27개사, 소형사 29개로 대형사 42개와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금액 규모면에서도 중형사의 소각 예정 금액이 2023년 약 3520억원에서 2024년 약 1조1000억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연구원은 “과거 대형사 중심으로 진행되던 주주환원이 점차 중소형사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중소형주 투자전략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자사주 소각이 직접 가결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주주환원이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한 투자 테마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