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금지 행정명령·비상대기’ 지자체 초긴장

2025-04-02 13:00:44 게재

청명·한식 있는 4월이 산불발생 위험 더 높아

탄핵정국·조기대선 혼란상황 위험요인 '경계'

역대 최대·최악의 경북·경남·울산 산불이 모두 진화됐지만 위기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태풍 속도로 확산하는 산불을 경험한 산림당국과 지자체들은 매년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 4월을 맞아 입산금지 행정명령, 드론·애드벌룬 감시 등 어느 때보다 강화된 감시체계를 가동하며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산불에 쑥대밭 된 마을, 피해조사 한창 1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한 마을이 산불로 쑥대밭이 된 가운데 한국LPG사업관리원 관계자가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영덕 연합뉴스
2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1일 산불예방 긴급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주요 산림지역에 대한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산림 인근에서 흡연·소각 등 화기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입산객이 많은 주요 명산, 산불 발생 시 대형화 위험이 큰 구역 등에 적용한다. 국립공원인 팔공산 21개 탐방로 중 17개 구간은 앞서 지난달 31일 선제적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대구시는 2022년 설치한 산림재난기동대를 재난안전기동대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UDT 특전사 해병대 등 군·경 출신의 재난 분야 전문성을 가진 정예 인력 20여명으로 구성해 산불을 비롯한 각종 재난에 대응할 방침이다.

전남도는 입산통제구역을 확대하고 드론을 활용한 사각지대 예찰을 강화하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야간 산불 초동진화를 위해 696명의 산불감시원 외에 별도로 야간신속대응반 2개조 179명을 편성해 밤 10시까지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울주산불로 큰 피해를 본 울산시는 산불 감시를 위해 애드벌룬까지 띄운다. 울산대공원 함월산 울주군 3곳에 고화질 CCTV를 단 애드벌룬을 띄워 24시간 감시에 나섰다. 야간 산불감시 기동단속반 운영 기간을 6월까지 연장 운영한다.

대전시는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 추진분담제’를 확대 운영한다. 기존 1일 206명이던 운영인력을 1792명으로 확대하고, 주말뿐만 아니라 매일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만인산 보문산 장태산 계족산 등 448개 분담 지역에서 취사·소각 행위 단속 등 집중적인 예방 활동을 펼친다. 주말 위주로 운영하던 기동단속반도 상시 운영 체계로 전환한다.

부산시도 산불방지대책본부 규모를 기존보다 50% 확대해 운영한다. 경기도는 산림관련 부서 60여명으로 기동단속반 12개 팀을 편성해 운영한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4월 산불을 경계하는 이유는 매년 4월에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산불 32건 중 14건(43.8%)이 4월에 발생했다. 4월이 대기 건조와 강한 바람이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청명(4일)·한식(5일)과 식목행사 등으로 입산자가 늘어나는 시기이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각종 화기 취급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2023년에 4월 2일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3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2002년 충남 청양산불, 2000년 강원 삼척산불, 1996년 강원 고성산불 등 역대 대형산불 대부분이 4월에 집중됐다. 올해도 4월 첫날인 1일 전북 무주, 경남 거창 등 전국에서 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탄핵사태와 조기대선도 산불 대응의 위험 요소다. 역대 산불은 선거가 있는 해, 즉 짝수 해에 많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 시기가 봄철 산불 기간과 겹치는데, 지자체 공무원들이 산불대응과 선거사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업무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20년 4월에 184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함께 있던 2022년에도 180건이 발생했다. 4일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경우 치러질 조기대선도 위험 요소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난당국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남권 산불 때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인 주민대피체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도 주민 신속대피 방안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홍종완 행안부 사회재난실장은 “안전감찰 강화 등 강경한 수단을 통해 긴장도를 높여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장 먼저 주민대피 체계를 보완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세호·곽재우·방국진·윤여운·곽태영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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