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도 기각도 ‘혼돈’

2025-04-02 13:00:51 게재

‘결과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 40%

인용, ‘대선 2차전’… 기각, ‘광장 갈등’ 재점화

여야 지도부는 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승복 의사를 밝혔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동안 극심한 혼돈은 불가피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와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 13개 학교가 임시 휴업한다. 2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 서울 운현초등학교 앞에서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잖은 여야 지지층이 헌재에 대한 불신이 깊거나, 자기 생각과 다른 선고 결과가 나오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이 찬탄파(탄핵 찬성)와 반탄파(탄핵 반대) 간 전쟁으로 전락할 수 있고, 자칫 ‘광장의 갈등’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여야 지도부는 이미 헌재 선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국민의힘은 헌재 판결에 승복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2일 “(선고에)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2일 오전 현재까지 본인 입으로는 승복을 언급하지 않았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승복 약속에도 불구하고 헌재 선고가 나오면 상당기간 혼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적 양극화와 보혁갈등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았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진영으로부터 100% 승복을 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발과 불복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3월 24~2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자, ‘신뢰한다’ 53%, ‘신뢰하지 않는다’ 40%였다. 보수층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가 49%였다. 보수층의 헌재 불신이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헌재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 56%,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 40%로 집계됐다. 진보층에서는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가 50%였다. 헌재가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진보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으로 읽힌다.

헌재가 4일 인용 선고를 내릴 경우 탄핵을 반대했던 강성보수층은 다시 아스팔트로 쏟아져 나와 “선고 무효”를 외칠 것으로 점쳐진다. 2017년 3월 10일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직후 벌어진 항의집회에서는 4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다만 광장의 분노는 조기 대선으로 방향을 틀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일 “대선이라는 (분노) 분출 공간이 있기 때문에 광장의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선거로 수렴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광장의 에너지가 대선으로 향하더라도 대선 또한 찬탄파와 반탄파가 충돌하는 전쟁터가 될 게 뻔하다. 국민의힘 경선부터 내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본선은 보수와 진보가 정면충돌하면서 역대 가장 치열한 대선이 될 수 있다.

기각 또는 각하 선고가 내려지면서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야권과 찬탄파 시민은 다시 광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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