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형 은행간 M&A 활발…대형화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2025-04-03 13:00:07 게재

미국·중국 은행에 비해 규모 작아 “수익 제고를 위한 M&A 활성화”

유럽 대형 은행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 확대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유니크레디트(UniCredit)는 지난달 독일 3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 지분을 29%까지 확대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최근 업무정보를 통해 “유럽 은행 산업은 수익성 확대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대형 은행 중심으로 M&A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며 “스페인 BBVA가 자국의 사바델(Sabadell) 은행에 대한 적대적 인수계획을 발표했고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은 독일 코메르츠방크 지분을 인수하고 자국의 방코 BPM(Banco BPM) 인수 계획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유니크레디트 고객이 로마에 있는 유니크레디트 ATM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로이터

유럽 대형 은행들이 충분한 자금 확보와 수익성 제고 노력,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유럽 은행의 순이자이익이 확대됐다. 2021년 2700억유로에서 2023년 3780억유로로 2년간 40%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유럽 은행들의 보통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6.1%로 전분기 대비 0.1%p 상승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 13.07%로 전분기 대비 0.26%p 하락했다.

모건 스탠리는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들의 경우, 낮은 밸류에이션을 M&A 기회로 활용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은행들 중 73%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이다.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2023년 140억유로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9월까지 107억유로를 기록했다. 기본자본(Tier1)은 2023년말 기준 507억유로에 달해 상당한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금융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M&A를 통한 대형화로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M&A를 통해 중복 사업부 축소와 감원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와 가격 결정력 제고, 교체 판매 등을 통해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유럽 은행들은 저금리로 인한 이자수익 약화에 대비해 다른 은행의 자산운용 사업부 또는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수수료 수입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개선을 위한 대형화 필요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유럽 은행들은 미국과 중국 은행들에 비해 규모가 작다. 지난해 세계 자산 상위 10대 은행들 중 유럽 은행은 3개로 2008년 8개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시총 기준으로 미국 JP모건은 유럽 상위 7개 은행의 시총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미국 금융규제 완화로 유럽 은행권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경쟁력이 더 약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M&A 추진 동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유럽 은행들은 유럽 지역의 경기부진 및 금리 하락 환경 하에서 수익 제고를 위해 M&A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형 은행 탄생을 위한 국경 간 M&A는 국가별 규제, 노동법 차이, 정치권 반발 등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유니크레디트 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코메르츠방크 지분 인수 승인에도 불구하고 추가 지분 인수는 독일의 새 정부 출범 후 시행되는 등 각국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은행 M&A 추진 강화로 유럽 경제의 생산성 제고 및 은행산업 경쟁력 개선이 기대되지만, 은행 합병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효율화 과정에서 대량 실직이 발생할 수 있고, 지점 축소로 인한 기능 약화, 독과점 심화에 따른 소비자 효용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반독점감독기구 CNMC는 BBVA-Sabadell 합병 시 지점 폐쇄, 일부 지역에서 독점 현상 심화, 중소기업 대출(SME) 위축 등을 우려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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