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탄핵 겪은 보수…‘탄핵 정당’ 전락한 3가지 이유
박근혜·윤석열 ‘절대권력’ … 검증과 견제 ‘무풍지대’
진박과 윤핵관이 주도한 여당 … ‘권력의 시녀’ 자처
탄핵 당해도 반성 안 해 … “대통령 업고 자기 정치만”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된 대통령도 보수정당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첫 번째 주인공은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헌정사에서 보수만 두 번이나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윤석열정권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보수의 약점 3가지가 ‘탄핵 정당’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탄핵 당한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 ‘절대권력’으로 통했다. 집권이 간절했던 보수는 박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에 눈과 귀를 닫았다. 견제는 꿈도 꾸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주변에 비선 존재 의혹이 컸지만, 애써 무시했다. 훗날 박 전 대통령은 비선 국정농단 사건으로 무너졌다. 박 전 대통령의 ‘레이저 눈빛’이 무서워 누구도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독선적 리더십과 ‘김건희 리스크’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었지만, 누구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하고 난폭한 태도로 참모들을 대해도,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도, 여권 누구도 “아니 되옵니다”를 외치지 않았다.
여권 고위인사는 윤 대통령 임기 초 기자와 만나 “(윤 대통령에게) 극우 유튜브를 그만 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조언했다가 (윤 대통령과) 거리만 멀어졌다”고 토로했다. 탄핵 당한 두 전직 대통령은 검증과 견제의 ‘무풍지대’에서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다가 ‘실패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던 셈이다.
대통령의 정치 파트너인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수족(진박·윤핵관)이 장악하면서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 친박(친박근혜) 중에서도 충성도가 강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진박(진짜 친박)이 주도권을 쥔 새누리당은 대통령실과 수평관계는커녕 완벽한 수직관계를 자처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저격하자, 진박은 유 원내대표를 자리에서 쫓아냈다. 정치 초보 윤 전 대통령을 대선 당시 옹립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은 윤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권을 장악하자, ‘윤심’ 좇는데 급급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배신자’로 지목하자,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당 대표(이준석·한동훈)를 몰아내는데 몰두했다. 윤핵관과 친윤은 ‘충성’ 대가로 자신의 공천과 온갖 이권을 누렸다는 지적이다.
김 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실정과 폭정에 대해 우리 당이 보였던 모습은 광적인 아부와 충성 경쟁이었다. 알량한 공천 하나 바라고, 또는 이권에 개입하기 위해 그런 아부를 하고서는, 그걸 마치 당을 위한 단합인 것처럼 속였다”고 지적했다.
보수는 박근혜·윤석열 두 전직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반성의 빛을 띠지 않고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새누리당 후신 자유한국당과 태극기세력은 반성 대신 장외집회를 통해 ‘문재인 규탄’에만 열을 올렸다. 자유한국당은 반성을 모르쇠하면서 재집권 욕심만 키웠다. 태극기세력은 ‘박근혜 탄핵’에 불복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되자, 국민의힘과 강성보수층은 “탄핵 반대”를 외치며 결사항전 태세를 취했다. 국민 다수는 “명백한 위헌 계엄”이라고 지적했지만, 국민의힘과 강성보수층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헌재가 탄핵을 선고한 뒤에도 일각에서는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천영우 전 이명박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SNS를 통해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면 탄핵의 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길 것이 아니라 앞장섰어야 하고 가차 없이 윤 대통령을 손절했어야 한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 주류가 취해온 계엄과 탄핵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으로 국민의힘은 이제 역사의 미아가 되고 정치적 몰락을 선택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6일 SNS를 통해 “우리 당에는 계엄이 벌어진 이후, 부정선거와 ‘계몽령’의 광기 속에서 칼춤을 추며 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있다. 탄핵 선고 이후에도 탄핵 당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기 정치를 하는 무책임한 중진 의원들이 있다”며 “이들이야 말로 징계의 대상이자, 제거해야 할 고름”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