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파면’ 잉크 마르기도 전에 불복정치 시동?
헌재 결정 후 지지층 겨냥한 “감사” 메시지 연거푸 내
여당 내에선 ‘계륵’ 될라 … “윤과 절연해야” 주장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인용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실상 정치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의 신뢰를 배반하고 파면당한 데 대한 진정 어린 사과나 헌재 결정 수용보다는 지지층에 호소하는 듯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면서다.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 시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르면 9일쯤 관저에서 나와 사저로 이동할 전망이다. 제3의 장소를 물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 주말까지 두 차례의 공식 메시지를 냈다. 파면 당일 낸 123자짜리 짧은 메시지에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주말이었던 6일에는 434자로 3배쯤 늘어난 메시지를 냈다. 첫 메시지에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호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탄핵 국면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변호인단 여러분’만 불렀다.
이 메시지에서 윤 전 대통령은 “2월 13일 저녁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러분의 첫 함성을 기억한다”며 “몸은 비록 구치소에서 있었지만, 마음은 여러분 곁에 있었다”고 밝혔다.
또 “한 분 한 분의 뜨거운 나라 사랑에 절로 눈물이 났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청년 여러분께서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 발신 외에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감사인사를 하는가 하면 관저를 찾은 여당 지도부에겐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상 정치 행보 재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바라보는 여당의 속내도 편하지만은 않다. 여당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의 성정상 조기 대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그런 행보를 하는 게 아니겠냐. 여당 입장에서 여러 모로 골치가 아프게 됐다”면서도 “다만 예전에 당대표 갈아치우듯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대통령과 빨리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선 나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 위반 행위를 한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의 1호 당원으로 돼 있다”면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위헌, 위법한 행위로 인해서 탄핵된 대통령과의 절연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불복 정치’ 조짐에 대해서도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라고 표현을 하셨는데 윤 전 대통령으로 인해서 고통받고 지금도 감옥에 있는 분들과 그 가족들을 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거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있었느냐. 파면당한 대통령이면 자숙하고 국민께 죄송합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