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경제주체 리더십 복원 시급하다

2025-04-08 13:00:03 게재

4일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되면서 123일 동안의 극심한 국가적 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그 사이 환율은 폭등하고, 소비는 침체하고, 중소상공인들은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국론은 분열되고 국격은 추락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에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체질화된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인공지능 시대 도래,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위기에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비상구조차 없애버렸다. 그나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결정으로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인 상태다.

지금같은 전환기적 복합위기에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등 새로운 노동질서를 만들어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원로학자인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전환기적 복합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형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중견국가에 머무느냐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한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지금은 추격형에서 선도형 혁신으로 구조적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새로운 산업경쟁력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노사와 정부, 정치권은 이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중구조는 오히려 확대·고착화됐다. 일각에서는 분단·분절이라고까지 얘기한다.

노동분단·분절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한국의 기업별 교섭체제에 기반을 둔 분배구조를 꼽을 수 있다. 노사 단체교섭은 노조가 있는 정규직 중심 대기업·공공부문의 노동조건을 높이는 데 치중했다. 이러한 기업별 교섭의 혜택은 대부분 해당 기업의 조합원(근로자)에게만 돌아갔다. 경제주체인 노사단체도 노동개혁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부나 정치권에 의존했다.

물론 윤석열정부도 노동개혁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빛바랜 이념과 진영간 갈라치기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파면 후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는 “복합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사회적 대화의 핵심적 주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영계도 “노사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사회안정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처럼 위기극복에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제 두달 뒤면 새로운 정치리더십이 탄생한다. 새 리더십이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경제리더십 복원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특히 집권 후 노사 주도·중심성에 입각한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노사와 정치권이 각개약진하며 자기이익 극대화에만 나선다면 현재의 전환기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수 있다.

한남진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