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는 실책”…월가 일제히 반기

2025-04-08 13:00:03 게재

증시붕괴에 공개 비판 확산

“경제적 핵겨울 자초할 것”

미국 월가의 거물급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상호관세 부과에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구상이 윤곽만 드러내 왔던 지난 수주일간은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침묵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전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3~4일(현지시간) 이틀간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6조6000억달러(약 1경원)가 증발하는 지경에 이르자 본격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꾸준히 지지해온 거물급 인사들이 앞장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과세 시행을 90일간 유예해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을 벌일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 핵겨울’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 사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할 시장으로 보는 신뢰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투자자인 애크먼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발생한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 이후 트럼프 공개 지지를 선언한 열성 지지자다. 그는 “4월 9일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하는 관세는 우리가 실제 부담하고 있는 관세율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며 이는 분명한 실책”이라고 했다.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X에 글을 올려 “나는 10%를 초과하는 관세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드러켄밀러는 과거 조지 소로스의 헤지 펀드에서 현 재무장관인 스콧 베센트의 상사로 일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로 약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소로스의 후계자로 불리며 오랫동안 재정적자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그는 평생 공화당원이기도 하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로 꼽히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유무역과 세계무역, 글로벌화에서 벗어나 모든 방향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고립을 향한 한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롭은 자신의 X 계정에서 드러켄밀러와 막스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이번 주말이나 며칠 내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념과 판단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59페이지의 서한에서 “관세가 경기침체를 초래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성장은 둔화될 것”이라면서 이번 관세 부과로 촉발된 불확실성이 하루 속히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동맹체제 붕괴 가능성은 재앙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 유력 인사들의 이같은 비판 발언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가 앞서 밝힌 공개 입장에 이어지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달리오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해 “미국내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이 그 직접적인 1차 효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지난 주말 동안 트레이더들은 트럼프가 발표한 관세의 규모와 그에 따른 시장 반응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고 WSJ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헤지펀드 담당 팀장 토니 파스쿠아리엘로는 5일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트럼프가 말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은 글자그대로 난투극이었다”며 “심지어 가장 매파적인 사람들조차 놀랄 정도의 거친 조치가 있었다”고 썼다.

월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국가들과 관세 인하 및 무역 조건 개선 협상에 성공하면 시장이 반등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많은 인사들은 부정적이라고 WSJ는 분위기를 전했다.

야르데니 리서치 설립자 에드 야르데니는 6일 저녁 고객 노트에서 “우리는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가 함께 번영하고 함께 고통받는다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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