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에 '공산품 무관세' 제안
보복관세 철회 신호탄
미 “비관세 철폐 없인 불충분”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전면적 협상 제안을 내놓았다. 7일(현지시간) EU는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대해 미국과의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를 제안했다. 동시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시행을 축소하고 일부 항목은 제외키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미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이 대상”이라며 “양측 모두 관세율을 0%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EU산 자동차는 미국으로 수출할 때 기본관세율 2.5%를 적용받다가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총 27.5%까지 상승했다. EU는 이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상호 무관세를 통해 해소하자는 입장이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하는 보복 조치에서도 한발 물러섰다.
원래 260억유로(약 42조원) 규모였던 보복 관세안은 회원국 의견을 반영해 축소할 예정이며, 미국산 버번위스키는 보복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번위스키가 EU의 철강관세 보복 품목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EU산 주류 전체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는 미국산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되 시행 시점을 내달 16일과 오는 12월 1일로 분산할 계획이다. 당초 15일과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시행 계획을 연기하는 것으로 최대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EU 27개 회원국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무역장관회의에서도 “협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EU 이익을 보호할 방안은 계속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종 보복관세 품목과 관세율은 오는 9일 회원국 투표를 통해 결정되며,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집행위 제안이 통과된다.
EU는 자동차와 철강 외에도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상호관세와 비관세 장벽 문제에도 대응을 고심 중이다. 미국 측은 EU의 제안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CNBC 인터뷰에서 “무관세만으론 부족하다”며 “당신들(EU)의 19% 부가가치세를 낮추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을 존중해 미국산 돼지고기, 옥수수,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U의 셰프초비치 위원은 “부가세는 회원국의 중요한 재정 수입원이며, 체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결국은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