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흔들, 증시 흔들…생존 해법은 분산투자”

2025-04-08 13:00:02 게재

“가치주·신흥국 주식 확대”

‘트럼프 관세’가 촉발한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현재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증시의 장기 상승 가능성을 기대하며 모든 전략을 동시에 취할 수밖에 없고, 특히 생존을 위해서는 분산투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권고했다.

이 신문은 투자자들에게 이익 대비 주가가 낮은 가치주를 매입하고 관세 정책의 수혜주를 선별하라고 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달러 약세에 대비해 유럽과 신흥시장 주식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동시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이중 악재는 지난 15년간 투자자들이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란 점에서다. 신문은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발표 후 금융시장은 달러 강세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예상보다 높은 관세 정책에 달러 가치는 하락했다. WSJ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관세조치에 따른 달러의 신뢰도 하락 △잠재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이유로 꼽았다.

달러 하락에 따라 미국 자산에 집중했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고수익을 낼 다른 자산을 찾아야 하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외국 주식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던 미국 투자자들도 더 이상 그런 안락함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스위스 픽테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 루카 파올리니는 “우리는 향후 5년 동안 달러가 10~15%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많은 자산운용사들은 단기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방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투자 비중이 몰려 있는 ‘매그니피센트7’, 즉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에서 빠져나가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7년간은 달러와 미국 주식이 나란히 상승했다. 당시는 ‘미국 예외주의 투자(American exceptionalism trade)’가 성행하던 시기였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자급자족과 소비경제의 탄력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기반이 대부분 뒤집히고 있다. 관세 영향에 소비심리도 위축된데다 유가 하락으로 셰일 산업마저도 불확실하다.

달러 약세는 역사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달러 하락으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고 이는 주가를 부양한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재정지출 확대, 산업 정책, 에너지 자립 등을 통해 미국과의 성장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폐쇄된 미국 경제보다 훨씬 더 무역에 많이 노출돼 있다. 중국의 대규모 저가 상품이 이들에게로 몰려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남은 다른 선택지는 미국 기업에 계속 투자하되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이다. 환 헤지된 해외주식 펀드나 ETF를 매수하는 방법이 있다. 또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환 헤지는 비용이 많이 든다. 내수 비중이 비교적 높고 공급망이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 기업에 투자해서 환 위험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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