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적자 또 100조 넘었다…GDP 대비 4% 넘어서
작년 국가채무 1175조, 1년 만에 50조 늘어
작년 총세입 536조에 총세출은 530조 규모
관세장벽·추경에 재정적자 더 확대될 가능성
지난해 30조원 규모 ‘세수펑크’ 영향으로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4%를 넘어섰다. 국가채무는 50조원 가까이 늘면서 117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 국민연금이 역대 최고 수익률을 거두면서 국가 자산은 200조원 넘게 증가했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세수펑크에 재정적자 또 확대 =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총수입·지출은 각각 594조5000억원, 638조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각각 17조7000억원, 18조6000억원 줄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3조5000억원 적자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7%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104조8000억원 적자로 예산(91조6000억원 적자)보다 폭이 확대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넘은 것은 2022년(117조원) 이후 처음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1%를 기록하면서 예산안 편성치(3.6%)보다 더 나빠졌다. 2022년 5%를 기록한 뒤로 다시 4%를 넘어섰다.
법인세 감소 등에 따른 대규모 세수 결손 영향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관리재정수지는 당해 연도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 정치적 혼란 등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3년 연속 세수 결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총지출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 활용가능재원 2000억 = 총수입에서 기금 수입을 뺀 총세입은 전년(결산 기준)보다 39조원 늘어난 535조9조원이었다. 이중 국세는 336조5000억원, 세외 수입은 199조4000억원이었다. 국세는 전년(결산 기준)보다 7조5000억원 줄었다. 경기 둔화 영향으로 법인세가 17조9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세외수입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확대 등 영향으로 늘었다.
총지출에서 기금 지출을 뺀 총세출은 전년보다 39조원 늘어난 529조5000억원이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 해 이월액’(4조5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원으로 집계됐다.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1337억원), 채무상환(936억원) 등에 사용된다. 법정 할당분을 제외하고 추가경정예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2185억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세외수입 등 여러 가용 재원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제시한 추경 규모는 10조원이지만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서 재원 조달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000조 넘어선 국가채무 = 작년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는 117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결산(1126조8000억원)보다 48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당초 예산상 전망치(1195조8000억원)보다는 20조5000억원 줄었다.
국가채무는 2016~2018년 600조원대, 2019년 723조2000억원에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2020년 846조6000억원, 2021년 970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에는 1067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6.1%로, 전년(46.9%)보다 0.8%포인트(p) 낮아졌다.
기획재정부는 “30조원대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국채 발행에 의존하지 않고 재정을 운용해 GDP 대비 적자 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 부진이 심화한 상황에서도 국가채무가 줄어든 것은 정부가 경기 대응에 필요한 재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앙정부 채무는 1141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8조6000억원 증가했다. 국채 발행 잔액이 49조9000억원 늘었고, 외평채는 1조3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주택채는 2조5000억원 줄었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34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1인당 국가채무는 2295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가채무 총액을 통계청의 2024년 말 추계 인구(5121만7000명)로 나눈 값이다.
◆연금충당부채만 1400조 = 작년 국가부채는 2585조8000억원으로, 전년(2439조5000억원)보다 146조3000억원 증가했다.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에 비확정 채무를 합한 개념이다.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51조2000억원)과 연금충당부채 증가(82조7000억원)가 주요 원인이다.
비확정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장기간에 걸친 미래 지급액을 추정한 금액이다. 실제 지출은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우선 충당하고 있어 국가가 당장 갚아야 할 빚과는 다르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자산은 3221조3000억원으로, 1년 전(3009조4000억원)보다 211조9000억원(7.0%) 증가했다. 증가 폭과 증가율 모두 전년(180조9000억원, 6.4%)보다 확대됐다.
국민연금기금이 역대 최고 수준의 운용수익률(15.0%)을 기록하면서 기금이 보유한 주식·채권 등 유동·투자자산이 늘어난 결과다.
2024년 말 기준 국가의 투자자산은 1448조1000억원, 유동자산은 579조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71조8000억원(13.5%), 27조8000억원(5.0%) 증가했다. 이 중 국민연금 관련 자산 증가분이 169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국가자산 증가분(211조9000억원)의 약 80.0%를 차지하는 수치다.
◆정부청사 자산가치는 얼마 = 국가부채는 2585조8000억원으로 전년(2439조5000억원)보다 146조3000억원(6.0%) 늘었다. 확정부채(국공채·차입금 등)는 48조4000억원, 연금충당부채 등 비확정부채는 97조9000억원 증가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635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5조6000억원(11.5%)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 무형자산 중 재산 가치가 가장 높은 항목은 국토교통부의 국도 지능형 교통체계(ITS·1180억원)다. ITS는 첨단교통기술로 교통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과학화·자동화된 운영으로 교통 효율성을 향상하는 교통체계를 말한다. 이밖에도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481억원), 법무부의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469억원) 순으로 무형자산 가치가 높았다.
정부 청사 4곳의 재산 가치는 총 8조5000억원으로, 세종청사(3조5000억원), 대전청사(2조7000억원), 서울청사(1조4000억원), 과천청사(9000억원) 순이다.
고속도로 중에서는 경부고속도로가 12조100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영동고속도로(8조1000억원), 서해안고속도로(7조9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철도 자산은 경부선(7조6000억원), 경부고속철도(6조7000억원), 경의선(4조원) 순이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