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후 닷새째 관저 머무르는 윤 전 대통령

2025-04-08 13:00:05 게재

박 전 대통령은 56시간,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만료전 퇴거 조국혁신당 “비화폰 등 증거인멸 우려 … 당장 방 빼라”

경호처 “이주 장소 결정되면 관련 법률 따라 경호활동”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닷새째인 8일에도 여전히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고 있다. 대통령실에선 서초동 사저가 공동주택이라는 점에서 경호계획 수립을 이유로 이번 주말쯤 퇴거를 준비중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관저 퇴거 시기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기존 관례에 비해 대폭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8일 대통령경호처는 윤 전 대통령의 관저 퇴거 관련해 “이주 장소가 결정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경호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내외가 한남동 관저를 떠나는 시기나 이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르면 이번 주말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이주하리라는 관측에 유력하게 제기되지만 공식 확인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이미 기존 관례에 비춰 훨씬 오랜 기간 관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 결정에 따른 독촉으로 임기 마지막 날에 청와대에서 퇴거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재의 파면 결정 이틀 후인 12일 일몰 후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탄핵 인용 후 56시간 만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8일 오후 12시를 기준으로 하면 96시간 이상 관저에 머무르게 된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공동주택인 아크로비스타로 옮길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점, 입주민들의 민원 발생, 경호동 설립 등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그러나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초반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한 경력이 있고, 이때 이미 경호 관련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경호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호처 내에선 이주 장소만 결정되면 경호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문제가 없는데 정작 윤 전 대통령측에서 이주 장소에 대해 별다른 고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이 관저 퇴거 시점을 늦추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란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나오는 것이 한 예다.

전날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한남동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적인 퇴거를 촉구했다. 차규근 정책위의장 등은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재판 중인 민간인이자 피고인으로, 관저 안에 있는 비화폰 통화 내역이 기록된 서버를 삭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지금 당장 방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당에 접수된 대통령경호처 내부 제보에 따르면 윤석열 부부의 이사 전에 이뤄져야 할 필수적인 의사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경호를 담당할 부장급 실무 책임자, 사저 경호 담당 다수 경호관 인사 명령, 이사 계획 수립 등에서 진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수괴 부부가 김성훈(경호차장)과 이광우(경호본부장)를 시켜 관저 퇴거를 고의로 지연시킨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서 “즉각 퇴거 조치 및 전 관저 압수수색 조치를 하고 변상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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