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장애인들의 특별한 나들이
서울 영등포구가 개최하는 ‘2025년 여의도 봄꽃축제’가 시작된 8일 정오. 시각장애인 12명이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만개한 봄꽃을 즐기는 시민들 대열에 합류한 참이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꽃을 즐기나”라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주민들은 눈 대신 귀와 손 혀끝으로 축제를 만끽했다. 영등포구는 주민들이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통해 축제를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봄꽃을 만지고 거리공연을 듣고 샌드위치를 맛보는 식이다. ‘봄꽃 동행 팸투어’는 축제 마지막날까지 매일 정오에 진행된다. 58명이 동반자와 함께 방문하고 해설사 10명이 동행해 축제를 즐기도록 돕는다.
민선 8기 들어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나들이를 선보이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노원구는 일찌감치 장애 아동·청소년과 가족 활동보조인까지 눈썰매장에 초청했다. 보호자 등이 희망한 행사였다. 눈썰매장 마감에 앞서 하루를 통째로 내줬다. 지난 겨울에는 중랑구와 도봉구도 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눈썰매장을 하루 운영했다. 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하루를 활용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들은 서툰 자세로 눈썰매를 타거나 눈 위에서 넘어지면서도 내내 웃음을 터뜨렸다. 보호자들은 눈썰매를 타는 게 아니라 높게 쌓인 눈을 보기 위해 멀리 강원도까지 가야 했다며 반색했다. 노원구는 여름철에 한시적으로 개장하는 어린이 물놀이장에도 장애 아동·청소년과 가족 등을 초청했다. 역시 휴장일에 그들만을 위한 물놀이장을 열었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서울 자치구는 물론 전국 지자체와 정부까지 대대적으로 나서 축하와 응원을 보내며 ‘그저 그런’ 기념식을 열 것이다. 정작 장애인들은 즐기기 어려운 축하의 장이지만 그나마도 이웃 등 주민 축하객보다 정치인들만 밀려들지 않을까 싶다. 6월 3일 치러지는 대선 때문에 각종 행사는 막히지만 법정기념일인데다 연례 행사라 정치일정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여타 행사는 대부분 취소된 가운데 장이 열리니 오죽할까.
장애인의 날 하루만 축하하고 말기보다 장애인들이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 장애인 주민들은 “동네가 떠들썩하게 열리는 지역축제에 우리도 가보고 싶다, 즐기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방문할 경우 안전사고 등 우려가 있어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행사장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지자체가 정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주민이 손으로 단체장을 뽑는 민선시대가 이어지면서 어느 동네에서나 ‘소통’을 외치고 있다. 장애인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올봄 각종 봄꽃축제는 물론 여름 물놀이장과 겨울 눈썰매장까지 장애인 주민들의 특별한 나들이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