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을까 불안”
홈플러스 직원들, 입점업체와 공대위 … “MBK, 직원·입점사 생존권 보장해야”
“대기업 홈플러스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가 있나? 경영진은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을 안 했을까? 이 많은 직원들과 우리같은 협력직원들은 어찌하라고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하면 괜찮다던 홈플러스 관리자를 생각하니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회사로부터 이번 주 금요일에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홈플러스가 나아지면 그때 다시 부르겠다는 말과 함께요.”<홈플러스 협력업체 직원>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업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8일 발족하고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기업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에는 현재 직영직원 2만명과 협력업체 직원 등 총 10만명이 근무하고 8000여개의 임대매장이 있다.
공대위는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회생 계획에 구조조정과 점포 매각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며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그러면서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이번 기업회생은 결코 ‘회생’이 아니라, 의도된 ‘기업 안락사’다”면서 “자신들의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와 입점업체의 생존권을 짓밟고, 국민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노동자와 입점업체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진정한 기업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대위는 정부에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투기자본의 기업 인수를 막을 강력한 규제 법안 마련을, 국민연금과 금융당국에 MBK에 대한 과도한 배당과 투자수익 구조 공개 등을 각각 요구했다.
발대식과 함께 열린 홈플러스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장은 “3월 4일 MBK의 기습 회생신청으로 현장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망할 것 같아 일부러 찾아왔다는 고객의 말에 직원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생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채권자들에 대한 계획만 논의하고 정작 현장 구성원들을 위한 계획은 전혀 의논하지 않고 있다”며 “10만명의 구성원이 다 함께 회생할 수 있는 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안 지부장은 “직원들끼리 모이기만 해도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 ‘우리 점포가 폐점된다더라’ 등 이야기로 불안해한다”면서 “함께 근무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보이지 않거나 재계약 시 시간·일수를 줄였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구성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어 “화물노동자들은 회사가 어려워 일터를 떠나야 한다고 하면 어떤 보상도, 대책도 없이 떠나야만 했다”며 “홈플러스 자산매각과 점포폐점 계획은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대영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부 사무국장은 “지입차주들은 여기저기 빚지고 손을 벌려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홈플러스와 일하려고 차를 사고 로고를 도색하는 등 수천만원을 투자했다”며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은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국 홈플러스 점주협의회 회장은 “1월 판매분 정산금을 받지 못해 인건비와 물품자재비, 공과금, 생활비 등을 지급하지 못했다”며 “일부 입점업체는 불안감에 홈플러스에서 지급한 포스(계산기)가 아닌 자체 포스나 키오스크까지 도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모인 모두의 바람은 ‘홈플러스의 정상화’이지만, 단 한 사람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며 “(김병주 MBK 회장은) 말뿐인 사재출연, 진심 없는 회생계획은 그만하고 사람을 살리는 진정한 정상화를 위한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내달 1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3000명이 모이는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최대주주인 MBK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달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신청을 하면서 발생했다. 회생신청 이후에도 매장 운영은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가 납품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줄이고 있어 100% 정상 운영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과 검찰이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한편 공대위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정당, 노동·시민사회단체 10여곳과 구성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