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관련 대통령기록물을 지켜라

2025-04-09 13:00:02 게재

국회, 관련법률 개정안 6개 발의

시민사회 “범죄정보 은닉 막아야”

국회가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록물 봉인을 막기 위한 법률안 개정에 나섰다. 12.3 내란 이후 6개의 관련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사회와 기록물관련단체들도 내란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면서 대통령기록물 봉인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측되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회에 계류된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 9개 가운데 6개가 탄핵정국에서 발의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이 3월 28일 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기간을 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대통령이 탄핵에 의해 궐위될 경우 탄핵의 직접 사유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기록물은 보호기간을 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탄핵 사유와 관련한 기록물 보호기간 지정 금지 조항은 용혜인 의원이 지난 7일 발의한 개정안과 전현희·이해식 의원이 각각 8일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모두 파면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를 은닉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리의 대통령기록물법은 미국의 대통령기록물법을 본떠 만든 것인데, 미국은 대통령 궐위 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장이 지정기록물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즉 봉인 권한은 직위의 권한이 아니라 1인 귀속적 권한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정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법률 개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아직은 기록물 지정을 막을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은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시점은 다음 정부가 출범하는 6월 4일 직전이다. 그때까지는 지정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파면 직전까지 직무가 정지된 상태여서 기록물 지정 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 따라서 지정기록물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와 기록물 관련 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16연대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기록 봉인 반대와 세월호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4.16연대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2만7000여명의 시민들이 서명했다.

4.16연대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세월호참사 당일 보고 문서, 이른바 ‘7시간’ 기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하자 이에 대한 공개를 요구해 왔다. 당시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관련 기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진실공개를 가로막았다.

기록 관련 단체들도 한덕수 권한대행의 지정기록물 지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은 범죄증거 은폐와 다름없다”며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된 증거로 활용될 기록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기록물로 지정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15년동안 봉인된다.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은 봉인 기간이 최장 30년이다. 다만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이나 고등법원장이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할 때만 열람이 가능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39만건, 박근혜 전 대통령(황교안 권한대행)은 20만건의 기록물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정한 지정기록물은 26만건이다.

한편 대통령기록관은 9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제20대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위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대상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 28곳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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