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7일, 외국인 폭풍 매도

2025-04-09 13:00:01 게재

10조 순매도…공매도는 7조

지수 하락 부추겨 환율 상승

공매도 전면 재개 7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폭풍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공매도 금액은 7조2575억원으로 전체 순매도 규모의 74%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수급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오히려 대규모 순매도 공세로 지수 하락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상승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청산·파생 콘퍼런스인 ‘WFE 클리어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8조7680억원, 코스닥에서는 9020억원, 총 9조67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공매도 거래금액은 8조2596억원으로 이중 외국인이 공매도한 금액은 7조2575억원(87.8%)이었다. 이 기간 코스피는 8.7% 급락하고 코스닥은 5.1% 하락했다. 국내 증시 하락세를 주도한 외국인의 매도세 중 상당 부분을 공매도 거래가 차지한 것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와 외국인 중심의 공매도 거래 증가가 주가 하락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실제로 코스피지수의 대차잔고는 급격히 증가했고, 외국인 매도 거래대금의 평균 24.7%가 공매도 거래대금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주로 2차전지와 전력기기, 조선업종에 속한 종목이 공매도 타깃이 됐다. 특히 코스피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과 7일에 이어 8일에도 가장 공매도 거래 비중이 컸다. 8일 기준 전체 거래대금 중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48.19%에 달했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도 속출했다. 지난 7일까지 총 97개 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이 중 29개 종목은 최근 6거래일 내 2회 이상 지정됐고 엔켐 젬백스 테크윙 등 4차례 지정 종목도 있었다.

역대급 미결제약정잔고가 외국인 현물 매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공매도 금지 기간 중 3조4000억원 개별주식선물을 순매도했다”며 “누적된 개별주식선물 숏포지션(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할 때 선택하는 전략)은 4월 만기일 개별주식선물 숏포지션 청산을 통해 현물 매도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공매도를 재개했냐”는 불만의 소리도 크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격화가 예상되는데도 공매도를 재개해 주가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당초 공매도 재개로 인해 기대했던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은커녕 역대급 자금 유출만 잇따르는 현실이다.

공매도 재개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는 점도 문제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며 “이는 다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보유 유인을 크게 낮춤으로써, 다시 대규모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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