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캐롯 흡수합병 검토…매각 안해”

2025-04-09 13:00:23 게재

국내 디지털보험사 수년째 적자행진

저렴한 미니보험, 수익성은 떨어져

한화손해보험이 국내 첫 디지털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효일 캐롯 대표는 최근 직원들과 정례 타운홀 미팅을 갖고 모기업인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거나 유상증자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보다는 흡수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점치고 있다.

한화손보은 “캐롯의 자본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흡수합병 등은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캐롯은 2019년 한화손보(59.57%) 티맵모빌리티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출자해 설립했다. 자본금은 2986억원이다. 2019년 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 설립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156.24%(2024년 말)로 금융당국의 권고를 간신히 지킨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부터 투자은행(IB) 업계를 통해 매각설이 솔솔 나왔다. 한화손보측은 “절대 매각은 없다”며 부인했지만 한화그룹 차원의 승계작업, 주요 계열사의 증자 등 변화속에서 금융계열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보험사의 어려움은 캐롯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보험쪽 디지털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교보생명이 모기업인 교보플래닛은 2013년 출범했다. 이 회사 역시 적자 행진이다. 교보플래닛은 30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로 버티고 있다. 또 다른 디지털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역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여러 제도상 디지털보험사의 한계가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해외 디지털보험사들은 기술과 플랫폼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보험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사 상품을 가지고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보험사는 보험업법에 따라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분류돼 전체 계약 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 모집해야 한다.

손해보험의 경우 핵심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상품의 대면 판매는 48.0%(금융감독원 2024년 상반기 집계)에 달한다. 나머지 비대면인 전화 판매(TM)가 16.1%, 온라인 판매(CM) 35.6%, 플랫폼 판매(PM) 0.3% 수준이다. 비대면 판매 52.0%를 놓고 디지털보험사와 비디지털보험사가 경쟁을 벌이는 형태다. 결국 신생 디지털보험사가 수십년의 업력을 갖고 있는 보험사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디지털보험사들은 저렴한 보험료로 단기 보장을 해주는 미니보험 상품을 내놓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여행자보험이나 단기운전자보험 골프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재가입률이 높지 않고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보험료가 저렴하다보니 수익으로 전환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이익으로 전환하려면 시간과 투자가 더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보험사의 경우 ICT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다가 신기술이 많아 금융업 속성상 관련 규제를 뚫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디지털보험사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디지털보험사 스스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종 데이터 접근성이 낮은 한국의 환경에서는 디지털보험사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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