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노조있는 대기업만 혜택…청년층 고용은 감소

2025-04-09 13:00:24 게재

고령근로자 1명 늘면, 청년근로자 1명 감소

“법적 정년만 연장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

다른 고용조건의 변화없이 정년만 연장하면 노조가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혜택을 보지만 청년층 고용은 그만큼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정년연장 논의가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임금체계와 고용계약관계 등의 제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현행 ‘정년 60세시대’에 들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고령자 고용률은 1.8%p(약 8만명)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정규직 상용근로자 고용률도 2.3%p(약 10만명) 증가했다.

특히 노동조합 비중이 높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고령층 고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었다. 연구팀의 회귀분석 추계에 따르면, 노조의 비중과 정년연장의 교차항에 대한 계수가 모두 양(+0.558)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나 유의미한 고용증가가 있다고 평가했다. 노조가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정규직 정년연장 효과(+0.915)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전체 사업장에서 노조 효과를 제외한 효과는 음(-)의 결과를 보였다”며 “이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서는 정년연장으로 고령층 고용이 오히려 감소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실제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정년연장법이 시행된 이후 55~70세 고령층의 조기퇴직 비율이 2016년 9.6%에서 2020년에는 12.5%까지 상승했다.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부담 등을 이유로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등을 통해 고령층 근로자를 조기에 퇴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 고용에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24년까지 23~27세 청년층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6.9%(약 11만명) 줄었고, 정규직 고용률도 3.3%(약 4만명) 감소했다.

보고서는 “고령층 고용효과와 비교하면, 고령층 1명이 늘면 청년층은 0.4~1.5명 감소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기업들이 고령근로자가 늘면서 비용부담이 커지자 상대적 조정이 용이한 청년층 신규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청년층 고용의 감소는 혼인율과 합계출산율까지 낮추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0명대로 내려간 이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혼인율도 1000명당 혼인건수가 2019년(4.7명) 이후 3~4명대로 주저앉았다.

보고서는 “2016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이후 청년층 상용직 취업 확률이 큰폭 하락하면서, 출산율과 혼인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이는 고용 불안정성이 청년층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년연장보다 퇴직후 재고용이 더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다양한 정년 이후 취업형태 등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현재와 같은 임금체계 및 고용보호제도를 그대로 두고 65세 정도로 정년을 연장하면, 2016년 경험처럼 다양한 사회·경제 및 노동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금처럼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 강한 고용보호, 60세 정년이 단단하게 결합돼 있는 상황에서 법적 정년연장만으로 고령층 계속 근로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한은에서 오삼일 조사국 고용연구팀장과 채민석 고용연구팀 과장, 한진수 고용연구팀 조사역, 장수정 조사총괄팀 조사역, 서울대 경제학과 김대일 교수 등이 참여해 작성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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