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끝까지 싸우겠다”는 중국, 승부수인가 착각인가

2025-04-10 13:00:02 게재

세계 최대 수입국과 수출국이 정면충돌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부과에 “끝까지 싸우겠다”며 보복관세로 맞대응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125%로 인상했다. 중국이 미국산에 대한 추가관세율을 34%에서 84%로 올리기로 한 데 대한 재보복조치다. 이처럼 양국 간 관세전쟁은 치킨게임 양상을 띄며 전례없이 과격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국 내부에서 표출되고 있는 이례적인 낙관론과 전략적 자신감이다. 중국의 강경대응은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전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8년 트럼프행정부 시기의 1차 무역전쟁 이후 중국은 미국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자립과 내수진작 중심의 구조전환을 시도해왔다. 대미 수출 비중은 2017년 19.3%에서 지난해 14.2%로 낮아졌으며 화웨이와 딥시크 같은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AI 분야에서 국산화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내부충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해 들어 6조위안 규모의 지방채 발행, 4조4000억위안의 특수채 발행, 전자제품 교체 보조금(3000억위안 규모), 공공부문 임금인상 등 소비 기반 확대 정책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이러한 재정 확대 기조는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닌 소비중심 성장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끝까지’는 미국이 먼저 지칠 때까지 의미

외교전략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피하기 위해 동남아·남반구 시장을 주요 파트너로 삼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으로 중국은 아세안과의 무역에서 처음으로 미국보다 큰 흑자를 기록했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를 활용한 교역 구조 강화도 병행중이다. 이와 같은 다변화 전략은 ‘관세전쟁 장기화’를 전제로 한 정책설계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중국측에서는 미국의 고율관세가 미국 내 인플레 압력과 소비심리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1% 상승하며 다시 오름세로 전환되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실업률이 동반상승하며 미국 내 경제 불안심리가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은 이러한 흐름이 일정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미국이 먼저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말하는 ‘끝까지’는 자국이 승리할 때까지가 아니라 미국이 먼저 지칠 때까지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중국의 전략이 곧바로 ‘승리’로 귀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첫째, 중국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부동산 부문의 부실이 GDP의 약 23%를 차지하는 연관 산업 전체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방정부 채무는 공식 통계상 41조위안(약 5조6000억달러)을 넘어서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소비 여력 역시 전체 GDP 대비 가계 소비 비중이 40% 안팎으로 미국(약 68%)이나 유럽(55~60%)에 비해 낮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둘째, 대체시장전략 역시 제약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기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건수는 2024년 한해 94건으로 1년 새 60% 이상 늘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착수(10월)했고 일본은 지난해 7월 1일자로 화학제품 수입에 대한 검역기준을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시장다변화 전략이 현실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금융·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의 견제가 더욱 구조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및 핵심 설계 소프트웨어(EDA)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 내 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 검토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중국의 자체 기술력은 일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체 공급망 자립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첨단 DUV·EUV 노광장비나 고사양 서버용 GPU 칩 등은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

둘 다 약점 커 누가 승기잡을지는 미지수

지금 미중 관계는 단순한 관세전쟁을 넘어 정치·경제 시스템 간 주도권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안정성이라는 내부 제약을 안고 있고 중국은 구조전환과 기술자립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둘 중 누가 승기를 잡을지는 앞으로 각국이 보여줄 정책의 유연성, 글로벌 연대의 확장성, 내부개혁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한가운데서 한국은 기술과 안보, 공급망을 둘러싼 요구와 제안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수동적 방어가 아닌 전략적 감각이 살아 있는 능동적 대응이다.

박한진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