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일자리 12년 만에 최악인데 관세폭탄 ‘직접 영향권’
3월 제조업 취업자 440만명 … 2013년 이후 최저
제조업 취업자 비중도 15.39%로 역대 최저치 찍어
미 관세 영향 시작되면 제조업 고용에 직접 충격
제조업 취업자 수가 201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매년 3~7%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대한민국의 고속성장 엔진이 멈추고 있다는 징표다. 우리 경제는 최근 2년간 1%대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장기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폭탄’은 고용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내수부진을 버텨왔던 수출마저 감소하면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수출 중심의 국내 제조업 고용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업친 데 덥친 격이다.
◆제조업 일자리 통계작성 이래 최저 = 10일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3000명(0.7%) 증가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11만2000명, -2.5%)과 건설업(-18만5000명, -8.7%), 도소매업(-2만6000명, -0.8%) 등 은 부진을 면치못했다. 특히 건설업은 11개월, 제조업은 9개월, 도소매업은 13개월 연속 취업자수가 줄었다.
이 가운데 제조업은 내수 부진에 미국의 ‘관세도발’이라는 대외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전체 취업자는 43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3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지난 2013년(426만1000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2858만9000명)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월 15.89%에서 올해 3월 15.39%로 떨어졌다. 이 수치 역시 관련 통계 발표가 시작된 2013년(17.23%) 이후 역대 최저치다.
◆제조업 고용부진 왜? = 지금까지 제조업 고용 부진은 주로 내수 비중이 높거나 미래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기계장비, 제지업 등의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변화와 내수부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기·전자, 제약·바이오 등 산업전반의 고용시장에까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기 부진의 여파가 제조업과 건설업에 집중됐다. 제조업은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비재 경공업이나 기계 장비 제조업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해 왔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해 수출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연관 산업까지 고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진한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은 전체 고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다른 경제 분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3월 기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 15.39%, 건설업 6.76%, 도소매업 19.40%다. 3개 산업이 40%를 넘게 차지한다. 이들 산업은 주로 민간기업 경기와 관련이 높다.
그나마 취업자 증가세를 보이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1만2000명, 7.3%), 사회보장행정(8만7000명, 6.6%) 등은 정부 직접일자리사업 추진 효과에 따른 것이다.
◆청년층 취업난과 직결 = 이런 현상은 청년층 취업난과도 직결된다. 규모로 보면 청년층 취업자의 두 축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3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20만6000명(1.4%), 20대 취업자 수는 20만4000명(1.3%) 감소했다. 또 15~29세 고용률은 44.5%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고, 반대로 실업률은 7.5%로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경력자 중심의 수시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처음 고용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은 20대에서 41만7000명, 15~29세에서는 45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6.3%와 12.8%씩 증가했다. 20대와 15~29세 쉬었음은 2003년 이후 3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인구는 청년층에서 유독 큰 폭으로 늘고 있다. 30대(0.3%), 40대(-4.0%), 50대(2.6%), 60대 이상(1.8%) 등 다른 연령대에선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