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세계질서 격변에 집중해야”

2025-04-10 13:00:03 게재

“투자자들 관세만 바라보다 진짜 위기는 놓치고 있어”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가 “일생에 한 번 있을 법한” 수준의 경제·정치·지정학 질서의 붕괴가 진행 중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관세에만 집착한 나머지, 더 큰 구조적 변화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달리오는 9일(현지시간) 엑스(X, 옛 트위터)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대부분 관세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무역이나 관세 문제를 넘어선 차원의 것으로, 통화 체계와 정치 구조, 국제 질서가 동시에 뒤흔들리고 있다”며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보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가장 큰 위협에 눈이 가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나 무역전쟁 정도가 아니라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만한 근본적 지각 변동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달리오는 특히 미국의 과도한 부채 의존과 중국 등 채권국의 과잉 수출 구조를 지적했다. 미국은 소비와 재정 지출을 부채로 충당하는 데 중독돼 있고, 중국은 그런 미국에 계속 물건을 팔아야 성장하는 데 중독돼 있다는 설명이다.

달리오는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조정을 피할 수 없으며, 그 조정 과정은 지금의 달러 중심 통화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 상황이 “주요국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다른 주요 국가들이 끊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미국의 시각)과 자신들이 받을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중국의 시각)으로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탈세계화(deglobalizing)의 시대”라면서 “이런 시대에 거대한 무역 불균형과 자본 불균형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히 모순적”이라고 했다.

달리오는 경제 구조의 불안정성에 더해, 사회 내부의 분열도 위기로 봤다. 그는 교육과 기회, 생산성, 소득, 부, 가치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면서 민주주의 체제의 기반이 약화되고,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이 부상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세계 질서의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주의와 협력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미국이 ‘미국 우선(America First)’ 원칙을 앞세운 일방주의로 돌아서면서 국제 질서가 점차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 달리오의 진단이다.

그는 최근 저서 ‘국가가 파산하는 방법(How Countries Go Broke)’에서도 이런 우려를 반복하며,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변화는 단기적인 금융 이벤트가 아닌, 시스템 차원의 전환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더 넓은 시야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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