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중’ 한덕수, ‘출마 읍소’ 친윤…불확실성 커지는 대선
한 대행, 출마 여부 안 밝혀 … 친윤 “이재명 꺾을 카드”
국정·대선 관리 책임진 대행의 출마 ‘무책임’ 비판 소지
반기문·윤석열 ‘검증 안 된 외부 영입’ 실패 되풀이 우려
6.3 조기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뒤늦게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재명에 맞설 카드를 찾으려는 친윤(윤석열)과 출마 여부를 놓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루는 한 대행이 눈 앞에 닥친 대선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검증 안 된 외부인사 영입으로 잇단 실패를 경험했던 보수진영이 교훈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7년 황교안은 ‘불출마’ = 6.3 대선이 54일밖에 남지 않은 10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덕수 대망론’이 급부상하는 기류다. 친윤에서 한 대행을 내세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꺾자는 주장을 쏟아낸다. 친윤이 얼굴마담으로 고민했던 김문수 전 장관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한 대행으로 갈아타는 흐름이 생기는 것이다. 친윤 핵심인사는 9일 “국민은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표 같은 정치 싸움꾼에 질렸다. 다음 대통령으로는 안정감 있게 국정을 관리할 사람을 원하는 분위기다. 두 번이나 총리를 역임하고 경제도 잘 아는 한 대행이 (대통령으로) 적임”이라며 ‘한덕수 대망론’을 띄웠다. 친윤은 한 대행을 직간접으로 접촉해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핵심인사는 “많은 분이 (출마를) 권유했는데, (한 대행이) 고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대행은 지금껏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한덕수 대망론’을 방관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10일 지난 8일 이뤄진 트럼프-한덕수 통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 의향을 묻자, 한 대행이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5.9 조기 대선 당시 황교안 대행은 대선 55일 전에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해 불확실성과 혼란을 차단했지만, 한 대행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 대행은 최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 △트럼프 대통령 통화 △CNN 인터뷰를 통해 “이미 대선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한 대행·친윤 향하는 비판 = 친윤의 ‘출마 읍소’와 한 대행의 ‘침묵’으로 인해 6.3 대선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국정과 대선 관리를 책임진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행 역할을 외면한 채 대선에 출마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는 “대통령 탄핵정국에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총리가 사태수습 책임을 다하지 않고, 본인이 대통령하겠다고 욕심을 낸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냐”고 지적했다.
2017년 5.9 대선 당시 여권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던 황교안 대행은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대행 책임감’ 때문에 불출마를 결심했음을 암시했다.
대선 판세가 불리해지면 습관적으로 외부 영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보수진영의 행태도 비판 받는다. 보수진영은 2017년 탄핵 대선으로 판세가 불리하자 ‘반기문 카드’에 매달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하지만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출마 뜻을 밝힌 이후 21일 동안 좌충우돌하다가 스스로 포기했다. 보수 입장에선 정치 경험이 전혀 없고, 검증도 안 된 인물을 ‘명성’만 보고 앞세우려다 낭패를 본 것이다. 2022년에도 평생 검사만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꽃가마 태워 모셔왔지만, 3년 만에 탄핵 당하면서 보수진영을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전문가는 10일 “(한 대행은) 경제와 한미관계에 나름의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정치 경험이 전혀 없고 검증도 안 된 인물을 대선에 내세웠다가는 또 낭패를 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