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패권 잡아라…G2 격돌중
휴머노이드와 AI 인덱스가 미중 로봇 전쟁의 현주소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전략 경쟁에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수준을 넘어 산업·안보·표준·투자·정책 전반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와 AI 성능 지표를 통해 드러나는 기술 평형의 흐름이 있다. 관세전쟁 이후 본격화된 기술전쟁이 제조업 재편과 노동 대체, 그리고 미래 안보를 둘러싼 패권 경쟁으로 진입한 것이다.
미국은 비전 중심 전략과 대규모 민간 투자를 중심으로 범용 로봇 시대를 선언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CES에서 “로봇은 다음 세대 컴퓨터”라고 선언했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의 5000대 생산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실현 단계는 아직 제한적이다. 시연된 로봇들은 대부분 원격 조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현장 중심 전략으로 속도에서 앞서가고 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G1 모델을 1만6000달러에 출시했고, UB테크는 자동차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실제 투입했다. 중국산 로봇은 컨테이너 분류 작업 등에서 자율 학습을 바탕으로 24시간 가동되며, 인간 노동보다 느린 속도를 연속성으로 상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강력하다.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1380억달러 규모의 국영 펀드가 ‘실체화(Embodied) AI’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특허와 가격 면에서도 중국이 앞선다. 최근 5년간 ‘휴머노이드’ 관련 특허는 중국이 5688건, 미국이 1483건으로 약 4배 차이다. 유니트리의 제품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고, 가격은 테슬라의 목표가인 2만달러보다 낮다. 부품 공급망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 로봇 산업 자체가 공급망 전략과 직결되는 구조다.
기술 성능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연구소(HAI)의 '2025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AI 성능 지표인 MMLU와 HumanEval에서 미중 간 격차는 사실상 사라졌다. 2023년 기준 17.5%포인트였던 MMLU 차이는 2024년 0.3%포인트로 축소됐고, 코드 생성 지표 HumanEval은 31.6%포인트에서 3.7%포인트로 급감했다. 이는 AI 기반 로봇의 실사용 성능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적 성과에서도 중국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2023년 중국은 전 세계 AI 논문의 23.2%, 전체 AI 특허의 69.7%를 차지했다. 미국은 여전히 고인용 논문과 주목할 만한 모델 수에서 앞서 있지만, 그 격차는 줄고 있다. 미국이 40개 AI 모델을 출시했고 중국은 15개다. 이는 2022년 70 대 20보다 훨씬 좁혀진 수치다.
다만 투자 규모에선 미국이 압도적 우위다. 2024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1091억달러로 중국(93억달러)의 12배에 달한다.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서 미국은 전 세계 투자액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중심, 중국은 정부 중심의 전략으로 전개되며, 중국은 투자 격차를 인프라와 실전 투입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 협력과 거버넌스에서는 미국이 선도적이다. 미국은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과 함께 AI 윤리 기준과 안전 규범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제 연구소 설립에도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은 독자 법제를 구축하며 대외 개방을 강조하지만,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변에 머물고 있다.
양국간 경쟁은 단순한 기술 우위 확보를 넘어 새로운 산업 체계를 선점하려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휴머노이드와 AI 성능 지표는 그 전장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