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땅꺼짐 사고에 시민 불안 커진다

2025-04-14 13:00:15 게재

서울 강동구 대형 씽크홀 이어

광명, 부산, 서울 애오개역서도

“지하철·공사장 안전관리 강화”

전국 곳곳에서 땅꺼짐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갑자기 도로가 무너져 내리는 땅꺼짐 사고로 숨진 지 20일도 안돼 경기 광명시와 부산 등에서도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가 모두 지하철 공사장 또는 관련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감리와 지표조사 등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3일 구조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광명 연합뉴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새벽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현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도로가 약 5m 아래로 내려앉는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보행자나 차량이 많은 대낮이었으면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이 일대는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인데 지난해부터 땅꺼짐 현상이 9번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집중 폭우로 발생한 대형 싱크홀로 인해 트럭 2대가 8m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도 직경 약 40㎝, 깊이 약 130㎝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긴급 복구작업이 이뤄지며 4개 차로 중 2개 차로가 오후 4시 반까지 통제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하수도가 파손돼 하수가 유출되면서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오전 4시30분경 신안산선 공사현장에 고립되었던 근로자가 구조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쯤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근로자 19명 중 2명이 고립·실종됐는데 실종됐던 굴착기 기사 20대 A씨는 13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남은 실종자 1명은 포스코이앤씨 소속의 50대 B씨로 지하 35~40m 지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위치와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에서 가로 20m, 세로 20m, 깊이 20m 규모의 대형 땅꺼짐이 발생해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땅꺼짐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안산선 터널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초등학교는 이틀간 재량휴업에 들어갔고 인근 어린이집은 자구책으로 대피훈련을 계획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집에 있다가 밖에서 큰 소리가 나 내다보니 공사현장쪽에서 폭탄 터진 것처럼 먼지가 흩날렸다”며 “일부 주민들은 자녀나 친인척 집에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11일 신안산선 공사장 도로 붕괴 사고현장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안전대책 강화 등을 주문했다. 사진 광명시 제공

해당지역 지자체들은 현장점검 등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광명시는 경기도와 협력해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인근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합동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인근 주민들이 직접 안전성을 감시할 ‘시민안전대책위원회’도 구성할 방침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원인조사를 명확히 해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3일 대규모 지하 굴착공사장과 주변에서 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하는 등 안전점검에 나섰다.

최근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주변에 지하공사 현장이나 지하철역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날씨가 풀리면서 공사현장마다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 건설공사가 본격화되는 동시에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지반이 약해진 점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주체 등의 안전 불감증이 주요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안산선 공사현장의 경우 지난 2023년 1월 감사원이 “제5공구(시흥시청~광명) 터널시점부터 약 19㎞ 떨어진 곳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단층파쇄대가 존재해 지반상태가 매우 불량한 5등급인데도 설계에 인버트(지반 변형을 막는 시설) 설치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산에서도 특정 공사현장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는데 관련기관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대식(부산 사상) 국회의원은 “부산시는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은 “최근 서울 부산 광명에서 발생한 대규모 땅꺼짐은 모두 지하철공사와 관련이 있다”며 “편마암단층파쇄대 매립토 등 연약 지반에서는 터널이 붕괴돼 대규모로 함몰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감리를 강화하고 계측 등 공사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태영·곽재우·이제형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