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중소기업 최대 50% 투자보조금 받는다

2025-04-15 13:00:08 게재

반도체 재정투자 규모 26조원→33조원

대규모 클러스터 인프라 지원도 확대

용인·평택 클러스터 송전선로 국비지원

관세폭탄에 정부 ‘반도체 재정투자 방안’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중소·중견기업이 입지나 설비에 신규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최대 50%를 투자보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이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 있게 50조원 규모의 첨단 전략산업기금 중 2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속한 조성을 위해 기업이 부담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70%를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국의 관세부과 예고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업계에 대한 재정투자 규모를 기존 26조원에서 33조원으로 확대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투자보조금제도 신설 = 최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반도체 시장 선점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을 신설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에서 공급망 안정품목·전략물자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다. 그동안 업계는 미국 등 주요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보조금제도 시행을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열악한 재정상황과 WTO 보조금 협정 위반 가능성을 들어 난색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결국 보조금제를 도입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제외하고 중소·중견기업으로 보조금 지원 대상을 한정했다.

구체적으로 입지·설비 신규 투자규모의 30~50%를 지원한다. 건당 150억원, 기업당 200억원이 한도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에는 50%를, 중견기업에는 40%를 각각 지원한다. 수도권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지원 비율은 각각 40%와 30%다.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이 비수도권에 투자를 하면 최대 50%까지 되돌려주겠다는 취지다. 강윤진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은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기업은 빠른 인프라 조성을 희망했다. 또 대기업에 대해선 투자세액공제로 이미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부·장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에 초점을 맞추고 중소·중견기업을 겨냥한 보조금 제도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3월 총 50조원 규모로 도입한 첨단전략산업기금 중 반도체 저리대출 17조원에 3조원 이상을 추가 공급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인프라 정부지원 확대 = 민간 중심의 활력 있는 반도체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반도체 분야 투자 규모를 기존 26조원에서 3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반도체 인프라 분야 투자는 3조1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확대된다. 보조금·대출·보증 등 투자 재원은 18조1000억원에서 21조6000억원으로 늘린다. 차세대 기술 분야는 3조8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한다. 우수인재 확보 분야에는 1조4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인프라 분야 투자에서는 용인·평택 등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작업에 대한 국비 지원이 신설된다. 정부는 “현재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지만 송전 인프라 구축에 약 4조원이 소요돼 기업의 비용 부담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규모 첨단산업 특화단지가 적시에 조성될 수 있도록 기업이 부담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70%를 국비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지원’ 예산 626억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투자 규모 100조원 이상 대규모 클러스터에 대해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국비 지원 한도를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한다. 대상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120조원), 경기 용인 국가산단(360조원), 용인 일반산단(122조원) 등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역시 이를 위해 2025년 추경안에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구축’ 예산 1170억원을 추가할 방침이다.

첨단산업 특화단지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도 상향 조정된다. 앞서 정부는 2023년 7월 첨단산업 특화단지 지정 후 지난해 3월 관련 기준을 마련해 기반시설 구축비용의 15~30%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전략산업 글로벌 경쟁 격화와 대규모 투자 촉진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첨단산업 특화단지 인프라 구축비용의 국비 지원 비율을 현재 15~30%에서 30~50%로 상향 조정하고, 바이오 첨단산업 특화단지 인프라에 대한 지원 기준도 신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인재양성 지원 = 반도체 분야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일반 반도체 분야도 차세대 반도체 분야 수준으로 보증비율 상향(현재 기본 85%→95% 이상)이 이뤄진다. 반도체 분야 기술보증 한도는 최대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1월 1일 이후 발생한 반도체 투자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대비 세액공제율을 5%p 상향 적용한다.

인재 양성 지원도 확대한다. 우선 팹리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고성능 장비를 대폭 확충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실제 양산 환경에 근접한 미니팹을 2031년까지 구축해 소부장 기업들의 실증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혁신 역량과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팹리스 20개사를 ‘스타 팹리스’로 육성한다. 현재 15개사에 5개사를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학·연구기관 신진 석·박사 인력들에게 일경험이 될 수 있는 연구개발(R&D) 연수·연구 프로그램을 2026년 신설하고, 세계 최고 수준 기관의 우수 연구자를 국내 기업의 첨단기술 공동연구에 참여시키는 ‘인바운드’(in-bound) 프로그램도 내년부터 가동한다.

지방 기업의 안정적인 인재 확보 및 반도체 교육 접근성 제고를 위해 현재 경기 판교와 용인 등 2곳에서 운영 중인 반도체 아카데미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늘어난 투자액 중 추가 재정 집행이 필요한 5000억원은 조만간 발표할 정부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에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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