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회장, 인수당시 1조원 투자약속지켜야”
홈플러스노조 천막농성 “매각·구조조정 없는 경영정상화” … 5.1노동절 총파업·국민대회 예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명절도 반납하고 동료들의 빈자리를 기꺼이 채워가며 회사와 함께 여기까지 왔다. 지금 회사는 우리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

“텅 비어가는 매대와 진열장을 보며 직원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생각은 하나도 없는 MBK파트너스에게 뜨거운 분노를 느낀다.”
홈플러스 작전점에서 23년째 근무하는 고미숙 인천부천본부장과 2008년 입사에 평촌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경란 경기본부장의 이야기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분할매각·사업부 매각·구조조정 없는 회생 계획안 마련을 요구하며 14일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마친뒤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악질투기자본 MBK는 홈플러스의 노동자와 고객,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며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왔다”며 “우리의 일터와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5월 1일 총파업에 준하는 국민대회를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고 우리의 요구를 강력히 전달하는 결정적 날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세상에 명확히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이 삭발했다.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는 지난 10년간 MBK의 손에서 철저히 착취당하며 망가져 왔다”며 “MBK 김병주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키지 않은 채 부동산과 점포를 팔아 빚을 청산하고 배당금을 챙기며, 일방적인 부서 통합으로 인력을 감축해 우리들을 병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땀과 헌신으로 일군 홈플러스를 그들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시키고 이제는 기업회생이라는 이름 아래 홈플러스를 청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의 삭발은 시작일 뿐이며 이 싸움이 얼마나 치열할지 알 수는 없지만 홈플러스를 지키는 일이라면 더 큰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감내하며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는 홈플러스를 담보로 빚을 내 인수한 뒤 빚을 갚으려 알짜매장을 팔아 치웠다”며 “홈플러스 경영정상화는 오직 MBK 김병주 회장이 인수 당시 1조원 투자약속을 지키고 사재를 출연해 홈플러스를 정상화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MBK는 흡혈자본”이라며 “김병주 회장에 대한 형사고발, 출국금지, 국회청문회 개최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MBK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기업회생과 관련해 면담을 요구했으나 MBK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출범한 ‘노동자·입점업체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각 지역별로 공대위를 구성하고 결의대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홈플러스에는 현재 직영직원 2만명과 협력업체 직원 등 총 10만명이 근무하고 8000여개의 임대매장이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