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10% 하락하는데 원화 3%만 올라
원달러 환율 아직 1420원대 머물러
“위안화에 민감 … 미·중 갈등 취약”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10% 넘게 하락하는 동안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3%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20원대로 원화 저평가 흐름은 여전한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는 중국 경제와 위안화에 민감하다며 미중 갈등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0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0.1원 내린 1424.0원에서 거래 중이다. 장 초반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2.1원 내린 1422.0원으로 출발한 뒤 10분 동안에도 여러 차례 상승세로 전환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시각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867로 전날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100선을 밑돌고 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3.76원이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인 999.23원보다 5.47원 하락한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0.35엔 내린 143.16엔이다.
전일 원달러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8원 내린 1424.1원을 기록했다. 넉 달여 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최근 ‘셀 아메리카’에 따라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관세정책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달러 표시 자산의 신뢰를 낮추면서 달러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0월 초 100대에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 13일에는 110.164까지 뛰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을 반영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 11일에는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99.005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전날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도 99.404 수준에 그쳤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가 가장 높았던 1월 13일(한국 종가 109.870)과 비교하면 달러 가치는 10.53% 평가 절하됐다.
그러나 원화 가치는 달러인덱스 하락분만큼 오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 13일 1,470.8원에서 전날 1424.1원까지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10% 넘게 내렸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28% 오르는 데 그친 셈이다.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원화 저평가 흐름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유로화(11.56%)와 일본 엔화(10.50%)는 달러 대비 10% 넘게 절상됐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고조된 중국은 역외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0.65% 올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의 통계적 관계를 고려하면 달러인덱스 100포인트 부근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350원 이하”라며 “현재 원화는 글로벌 달러 대비 최소 5% 이상 저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유로는 미중 관세 갈등이 꼽힌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미중 간 관세 갈등은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특히 더 악재가 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