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문가 88% “금통위, 4월엔 동결…5월 인하 전망”

2025-04-15 13:00:25 게재

관세·환율·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요인에 초점

인하 같은 동결 ‘5월 인하 가능성 열어 둘 듯’

“어차피 한다면 지금이 낫다” 인하 소수의견

국내 채권전문가 88%가 한국은행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관찰하고 적절한 금리인하 시점을 찾기 위한 숨 고르기 차원의 동결이다. 경기 부진과 성장률 둔화를 고려하면 금리인하 기조는 지속되겠지만 최근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증시와 환율 불확실성에 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요인에 초점을 맞춰 4월보다는 5월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경기 침체가 심각하고 다음 금통위 날짜가 대통령 선거일과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 4월에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만장일치 동결…5월 인하 신호 줄 듯 =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88%가 오는 17일 열리는 4월 금통위의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미국 관세정책 등 경기하방 압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성 및 가계부채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존재함에 따라 4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 직전 조사 대비 증가했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원달러환율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돼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한다”며 “다만,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1~2명이 부진한 국내 경기 여건을 근거로 인하 소수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연내 5월, 8월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경기 하방압력이 높아져 경기 대응 필요성은 다소 높아졌다”면서도 “△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유예, 협상 등)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 △정책여력 및 금리 인하 효과 측면 △ 금융 안정 측면에서 환율과 서울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 경계 관점 등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소수의견 등장 = 금리를 동결하면서 일부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만 보면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해야겠지만 불확실성을 고려해 이번엔 동결한 후 5월과 8월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윤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부과 이후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게 늘었다”며 “한국 성장률은 25% 상호관세가 그대로 부과되면, 추경 없이는 1%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수 있어 경기만 보면 우리 역시 이달에 금리를 낮추는 것이 ‘why not(왜 안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높은 환율 변동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환율 수준만 보면 금리인하를 단행한 2월만큼 안정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변동성은 1월 동결 당시보다 훨씬 높다. 때문에 윤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동결하되, 1명 이상 소수의견 & 6명 모두 3개월 이내 인하를 주장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비둘기 색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환율 수준에서는 한미 금리차 확대가 부담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 결정도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저성장 우려에 높아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도 파월 의장은 이달 초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하 소수의견 1명 등장을 예상했다. 그는 “높은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재확대 가능성 등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고, 미국 상호 관세에 대한 영향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 금리인하 시점은 4월보다는 5월이 유력하다고 판단한다”고 봤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에서는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경기 우려가 한층 더 높아졌지만, 당장은 높아진 금융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상황 등 여건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되고 환율이 높은 수준인 점도 부담”이라며 “다만, 3개월 시계에서 금리인하 필요성을 열어 두는 금통위원은 최소 3명 이상으로 늘면서 5월 인하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만 연구원은 또 5월과 8월 11월에 걸쳐 3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그는 “경기 우려가 높아졌으나 높아진 금융시장 변동성, 가계부채 증가 폭 진정 여부를 살필 전망”이라며 “약해진 성장세에 대응 필요성이 커졌으므로 중립금리 이하로 금리를 낮춰야 할 유인이 커졌다”고 봤다.

◆4월 깜짝 인하 전망도 나와…선제적 금리인하 고려 = 어차피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면 지금 하는게 낫다며 '4월 깜짝 금리인하' 전망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우려는 정점을 지나고 있지만, 관세 적용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4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동결 소수의견 개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경이 빠르게 단행된다면 한은 입장에서는 3차례의 인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추경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번 주 정부가 추경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고 통과시키기까지는 평균 18일이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경안이 편성되는 시기는 빨라야 5월 초. 추경이 빠르게 실행돼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10조원의 추경안은 한은 총재가 2월 금통위에서 언급한 15~20조원보다 적은 규모다. 임 연구원은 “산불과 관세로 추경 규모가 기존보다 더 커져야 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10조원의 추경은 역부족”이라며 “만약 추경이 늦어져 대선 이후에 단행된다면 4월부터 시작된 보편관세에 대응한 재정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5월 29일 금통위까지 통화정책 대응도 부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만 연구원 또한 선제적인 금리인하가 고려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인 2% 부근에서 등락하고 있는 반면, 성장률 전망은 크게 낮아지는 등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낮춰야 할 유인이 커졌고 다음 금통위(5/29일) 시점이 대선일(6/3)과 근접하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라며 “금리 결정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선제적인 금리인하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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