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자율 연 5~6% 고정 민·상법 규정 “합헌”
헌재, 재판관 7대 1 … “사전 고지, 행위지침 제시해야”
김형두, 위헌 의견 … “‘법정이율 변동제’ 합리적 대안”
당사자 간 합의나 법률상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적용되는 채권의 법정이자율을 각각 연 5%, 6%로 고정한 현행 민법과 상법 상의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금전채무 불이행 시 적용되는 기본 이자율인 연 5~6%가 과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금전채무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에서 문제가 된 법정이율 관련 조항들(민법 379조, 상법 54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3조 1항 )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결정의 핵심 쟁점은 일반 금전채무의 법정이율을 연 5%로 규정한 민법 제379조와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을 연 6%로 규정한 상법 제54조, 그리고 금전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 적용되는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현행 12%)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청구인들은 이러한 법정이율 규정들이 현실의 시장금리와 괴리가 있어 재산권을 침해하고, 소송촉진법상 법정이율이 소송당한 채무자를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우선 민법 379조에 관해서는 “이율에 관한 표준 규범을 정립한다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법률이 일정한 이율을 사전에 고지해 당사자들에게 명확한 행위 지침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며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채무자의 재산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 2017년 선례를 유지한 것이다.
상법 54조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헌재는 “상거래는 일반 민사거래보다 자금의 수요가 많고 자금의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더 큰 것이 일반적이어서 상법 54조가 상사법정이율을 민법 379조의 민사법정이율보다 다소 높게 규정한 것”이라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소송촉진법 제3조에 대해서는 소송지연과 상소권 남용을 막고 신속한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소송을 지연시킬수록 채무자는 더 높은 이율의 지연손해금 채무를 부담하게 되어 불필요한 소송지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채무자의 항쟁이 타당한 경우 이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두어 채무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연 40% 이내’라는 상한선과 ‘은행 연체금리 등 경제여건’을 고려하도록 명시해 위임의 범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형두 재판관은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고정 법정이율 제도가 시장금리와의 괴리를 발생시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경제적 형평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 기준금리 등에 연동해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법정이율 변동제’가 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으로 1958년 제정된 민법의 연 5% 법정이율과 1962년 개정된 상법의 연 6% 법정이율, 그리고 소송촉진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정이율(현행 12%) 체계는 일단 유지되게 됐다.
다만 김형두 재판관의 반대의견처럼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법정이율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향후 입법적 개선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법무부가 2023년부터 민법개정위원회를 꾸려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끝에 마련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민법개정위원들은 현행 민법에서 법정이율이 연 5%로 고정돼 있어서 경제 상황 변화 시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2~3월 입법예고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 등 개정 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