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재촉에도 시진핑은 ‘마이웨이’

2025-04-16 13:00:09 게재

압박 외교에 독자 노선

동남아는 전략적 균형

중국과 관세전쟁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며 무역 협상에 있어 미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 소비자를 원한다. 결국 그들은 우리의 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거래에 열려 있다. 하지만 협상이 필요한 쪽은 중국”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시장의 경제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중국에 협상 테이블 복귀를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압박에 직접 응답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잇따라 국빈 방문하며 “중국과 동남아는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첫 방문국인 베트남에서 “일방적 괴롭힘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공급망 협력 확대와 전략적 신뢰 강화를 통해 대미 압박에 대응할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중심 외교가 외려 주요 현안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펜타닐 유입, 대만 긴장, 틱톡(TikTok) 문제 등은 고위급 대화를 필요로 하는 데 관세 압박이 협상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또 행정부 내부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전략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경제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어 난처한 입장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갈등 중이지만, 동시에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에 원자재를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자국 내 우회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는 철도 및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캄보디아는 대미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선택 대신 균형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자 이언 총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눈에는 눈’ 식 접근은 중간자의 공간을 줄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일방적 압박이나 중국의 외교 공세 모두 이들 국가에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는 이를 상징한다. 주요 강국과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며, 어느 쪽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그 만남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망치게 할까를 파악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 없이 순방을 이어가며 자신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협상보다는 구조적 대응에 집중하며, 국제사회 내 입지를 다변화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동남아시아는 경제적 현실과 외교적 균형 사이에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이들의 줄타기도 더 정교해질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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