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안 가’ 반감에 미 129조원 손실 볼 수도"
서비스수지 효자 외국인 지출
트럼프 강경책 역풍에 흔들
캐나다·유럽발 예약 급감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국경 정책과 관세 정책에 대한 세계적 반감이 미국 여행 기피와 제품 불매운동으로 표출되면서 미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제무역청(ITA)의 이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항공편을 통한 미국 방문자 수는 1년 전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골드만삭스 그룹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미국 여행 감소와 보이콧에 따른 타격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3%, 거의 900억달러(약 128조7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미국은 상품수지에서는 1조2100억달러의 적자를 봤지만, 서비스 수지는 293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서 효자노릇을 한 게 외국인 방문객들의 미국 내 지출이다. IT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출은 2540억달러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미국이 한국과 대만에서 수입한 상품 총액의 합계(2075억달러)보다 많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수익원이 올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일부 해외 여행객들이 다른 나라를 선택하거나 여행 자체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 등 외국 여행객들이 미국 공항에서 가혹한 입국 심사와 억류를 겪었다는 보도가 잇따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특히 미국 여행을 계획한 캐나다인들이 최근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한 사례로, 캐나다인인 커티스 앨런은 최근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고 식료품점에서 미국산 제품을 사지 않도록 노력한다면서 “이제 제품 원산지를 확인해야 해서 장 보는 시간이 두 배로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발표된 미 노동통계국의 소비자 물가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항공료와 호텔 요금, 렌터카 가격이 하락했다.
물가 분석업체 인플레이션 인사이트는 호텔 요금이 특히 미 북동부에서 약 11% 하락했으며 이는 캐나다인 여행객 감소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OAG 에이비에이션 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캐나다에서 미국행 항공편 예약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호텔 예약플랫폼 어코르 SA에서 유럽 관광객의 올여름 미국 호텔 예약 건수도 25% 줄었다.
이 업체 사장 세바스티앙 바쟁은 근래 유럽 관광객이 미국 입국 심사 중 구금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유럽인들이 다른 여행지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제분석가 조지프 브릭스와 메간 피터스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발표와 전통적인 동맹국들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는 미국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에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역풍은 관세의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과 보복에 따른 수출 감소에 더해 2025년 미국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또 다른 이유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