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됐는데…‘윤-한 갈등’ 여전히 진행형

2025-04-16 13:00:36 게재

경선룰부터 ‘한덕수 추대론’까지 ‘한동훈 견제’ 의구심

친윤, ‘윤심’ 대변해 ‘한 견제’ 관측 … “적전분열 우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지난해 초부터 불거진 ‘윤-한(한동훈) 갈등’은 지금껏 진행형인 모습이다. 갈등의 한 축이 무너졌지만, 무너진 축을 대변하는 세력이 갈등을 이어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6.3 대선을 앞두고 적전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지난해 초부터 갈등하기 시작했다. 검찰 선후배로 한때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지만,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된 이후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완전히 갈라섰다는 관측이다. ‘윤심’을 대변하는 친윤은 이후 1년 동안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매달렸다. 양측의 갈등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결말을 맺는가 싶었지만 한 전 대표가 6.3 대선 경선에 나서자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여전히 ‘윤심’을 좇는 친윤이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선룰을 정하면서 △결선투표제 △역선택방지조항을 도입했다. 2022년 대선에서는 4강으로 최종 경선을 치렀지만 이번에는 2명만 붙는 결선투표제로 바꾼 것. 팬덤이 확실한 한 전 대표에게는 4강 경선이 유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친윤이 ‘친윤 대 한동훈’라는 1 대 1 구도를 통해 한 전 대표를 꺾겠다는 계산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역선택방지조항도 한 전 대표에게는 불리한 룰로 보인다.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을 만났던 나경원 의원은 지난 13일 채널A ‘뉴스A’에 나와 “조기 대선을 가져 온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하다 보면, 제가 지금 나온 후보 중에서 한동훈 후보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로 인해 탄핵이 성사된 만큼 한 전 대표에게 ‘패배’를 안겨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나 의원 발언은 친윤의 기류를 대변한 것으로 읽힌다.

친윤이 ‘한덕수 추대론’을 고집하는 것도 한 전 대표를 겨냥한 포석 중 하나라는 해석이다. 친윤은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불출마하자, 경선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하면 된다는 식의 무리수까지 둔다. 만약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면 ‘한덕수 카드’로 무효화시키려는 계산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동훈만큼은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 속에 별의별 짓거리를 다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선) 룰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곳곳에다가 관문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한동훈 못 들어오게. 한동훈이 설사 경선에서 선출이 되더라도 바깥에 또 한덕수 차출론을 만들어 놔서 단일화 시키겠다는 거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친윤쪽에서도 ‘한동훈 비토’ 기류는 감지된다. 친윤 핵심인사는 15일 “윤 대통령 부부는 대선에서 누구를 당선시키겠다는 생각보다 한동훈만은 어떻게든 떨어뜨리려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친윤도 그런 뜻을 아는 만큼 한동훈 낙선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분열을 촉발했던 ‘윤-한 갈등’이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재점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6.3 대선에서도 자칫 적전분열을 일으키면서 패배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