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붕괴’ 엿새째 실종자 위치 파악 못해

2025-04-16 13:00:28 게재

터널 내부에 구조대원 투입했지만 특이점 없어

사고원인 수사 착수 … 지하수 관리 부실 의혹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 붕괴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실종된 지 엿새째인 16일 소방당국의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50대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밤샘 작업을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같은 기간 다른 구간 공사 현장의 최대 4배에 이르는 규모의 지하수 관리 부실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특수대응단을 포함한 6개 구조대를 포함한 인력 95명, 조명과 배연 기능을 갖춘 조연차 4대를 포함한 장비 31대를 동원해 밤샘 작업을 했다. 경찰과 시청, 고용노동부, 포스코이앤씨 등 유관기관에서도 인력 214명과 장비 46대를 배치했다.

이들은 크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새벽 수색도 벌이고 있지만, 실종자 찾기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반 약화 등으로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중장비 투입이 제한된 상태다.

당국은 실종자가 교육장 컨테이너 외 다른 장소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 반경도 넓혀가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투입됐던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H빔을 지하터널 하부로 내리던 중 사고가 났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앞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당일 붕괴 우려가 나오자 작업을 중단하고, 하청업체에 기둥 보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하청업체는 붕괴 사고 직전인 11일 오후 2시 30분쯤 H빔을 지하터널 하부로 내리기 시작했는데, 40여분 만인 오후 3시 10분쯤 붕괴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H빔은 단면이 알파벳 H 모양으로 생긴 강철 기둥으로, 건물의 뼈대를 세우거나 보강 공사를 할 때 사용된다.

경찰은 당시 노동자 등 10여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기초 조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언론보도 등 일부에서는 지반침하 유발 가능성이 큰 지하수 누출을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공사비가 상승하는 문제로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신안산선 복선전철(본선 1구간)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통보서’를 보면, 사고가 일어난 공사현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1626톤의 지하수를 퍼내며 작업했다. 같은 기간 다른 구간 공사 현장의 최대 4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난해 1분기 일평균 지하수 배출량은 946톤이었으나 점차 늘며 4분기에는 1600톤을 넘어섰다.

설계도면에는 붕괴 지점 주변 지표면 3m 아래에 지하수가 흐르는 것으로 기록됐다. 지하터널 상부에서 다량의 지하수가 모래질 토양을 쓸어내 터널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사업은 2019년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침하 등 구조물의 안정성 문제와 인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시공사가 지하수 누출에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스코이엔씨 관계자는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종합적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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